연일 30도 안팎의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에어컨 등 가전제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지만 일부 업체들이 제품판매에만 열을 올린 채 기존 구매자에 대한 서비스가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가전 판매업체들이 여름 특수를 노려 수익에만 급급한 나머지 기존구매자들의 에어컨 이전설치 등 기본적인 서비스는 뒷전으로 미루는 등 소비자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직장인 허모(27) 씨는 얼마 전 모 가전업체에 에어컨 이전을 요청했다 낭패를 봤다.

허 씨는 가전업체 콜센터를 통해 지난해 구매한 에어컨 이전설치를 신청했고, 설치약속을 잡았다.

이전설치 당일 방문한 기사는 갑자기 "오전에는 시간이 안되니 오후에나 옮겨주겠다"고 약속을 변경한 것. 하지만 허 씨는 이미 당일 오전에 이전설치 약속을 잡았고, 오후에는 시간이 없어 일정대로 설치를 요구했지만 기사는 막무가내로 시간이 없으니 맘대로 하라는 식으로 집 앞에 에어컨을 내려놓고 가버렸다.

허 씨는 "서비스 좋기로 유명한 가전회사 제품을 구매했는데 이런 황당한 경우가 어딨냐"고 반문한 뒤 "제품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고객서비스는 뒷전인 대기업의 행태가 소비자를 우롱한다"고 질타했다.

에어컨 설치비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현재 에어컨 신규 구매 시 기본 배관을 제외한 추가 배관이 들어갈 경우 1m당 1만 5000원에서 2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베란다 밖으로 실외기 거치대를 설치할 경우 크기에 따라 10만 원에서 12만 원까지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새 제품이 아닌 기존 제품 이전비용도 적게는 10만 원에서 많게는 20만 원까지 천차만별로 소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실정이다.

이 같은 문제는 에어컨 판매업체와 설치업체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설치업체는 판매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설치나 이전을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지만 여름과 같은 성수기에는 새 제품 판매가 몰려 신규설치를 우선하게 된다.

실제 가전 판매업체는 신규설치가 지체되면 기사나 업체들과 계약을 파기하는 등 성수기 매출증대를 노려 기존 구매자 서비스는 차선으로 밀리게 된다는 것이 업체 측을 설명이다.

전문 설치업체 관계자는 "이전설치가 신규설치보다 남는 비용이 많지만 유통업체와 계약 때문에 성수기에는 신규에만 매달릴 수 밖에 없다"며 "일부 직원들은 이전설치 중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직원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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