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시간내 펄펄 끓는 냄비형 부부관계(왼쪽)와 사정시간을 지연하면서 서서히 끓는 돌솥형 부부관계가 있다. 짧은 시간 내에 끝나버리는 잠자리는 간혹 섹스리스로 발전할 우려가 있다. 대한남성과학회 제공  
 
얼마 전 성관계 동영상을 미끼로 여 교수를 협박한 스님이 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협박 당한 여 교수가 유명 인사라는 것도 화제였지만 '당시 남편과 섹스리스(Sexless) 상태여서 외로움을 느껴 스님과 관계를 맺게 되었다'는 고백이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섹스리스 부부 관계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하루 밤이면 만리장성을 쌓는다고 했던가’ 부부관계가 가지는 힘이 얼마나 큰지 이만큼 잘 설명해주는 고사성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1분 만에 끝나는 잠자리라면 만리장성은커녕, 모래성을 쌓기에도 짧은 시간이다. 이러한 부부 관계가 반복되면 섹스리스로 이어지게 된다. 부부관계의 적신호 중 하나인 섹스리스, 그 가장 큰 원인인 조루증에 대해 알아 본다.

◆삽입 후 2~3분내 사정, 조루 의심

남자의 자존심이 걸린 중요한 문제로 다른 사람들에게 속 시원하게 밝힐 수 없는 조루증(早漏·Premature ejaculation)은 남성들의 최대 고민거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실제로 남성의 90% 이상이 한번 쯤은 조루를 경험한 적이 있으며 실제로 30~40%는 조루증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조루증을 남성이 수의적 사정조절이 부족해 스스로 원하기도 전에 클라이막스에 도달해 사정해 버리는 증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성 의학에서는 보통 질 내 삽입 후 2~3분 이내에 사정하는 경우를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조루증의 진단을 위해서는 △질 내 삽입 후 사정까지의 자가 시간 측정 △사정 조절 여부 △성교의 만족도, 불편함 수반여부 등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신체적인 증상뿐 아니라 개인 생활 및 파트너와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 등 정서적인 면도 중요시되고 있다.

◆사정중추 내 세로토닌이 원인

조루증 원인 중 하나는 남자의 성기의 감각이 지나치게 예민해 작은 자극에도 흥분하거나 너무 빨리 흥분하는 경우다. 이는 '과민성 조루'라고 하며, 지금까지 알려진 대부분의 조루 치료제인 국소마취제, 콘돔, 수술 등은 모두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이다.

최근에는 중추신경계 내에 위치하는 사정중추의 이상작용에 따른 것이라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사정중추는 거대세포성핵(Nucleus Paragigantocellularis (mPGI))에서 배뇨신경으로 이어진 척수신경이 사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현상은 이 사정중추에서 '세로토닌(Serotonin)'이라는 특수한 신경전달물질이 차단돼 더 이상 생성되지 않는 순간 발생하게 된다.

조루증은 이 세로토닌이 성관계 시작 후 너무 빠른 시간에 차단되는 것이 원인이다. 과민성 조루인 경우에도 사정중추에서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사정중추 내에서 작용하는 세로토닌에 의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조루증 치료 역시 근본적 발생 원인인 사정중추 내에 있는 세로토닌의 양을 일시적으로 증가시킴으로써, 세로토닌이 차단되는 시간, 즉 사정이 일어나는 시간을 연장시킬 수 있다.

◆잘못된 민간요법 경계

조루증에 대해서는 정확한 치료법이 없는 대신, 오랫동안 인터넷이나 입소문을 통해 전해져 오는 방법들이 많다. △성관계를 갖기전 자위행위나 술 마시고 성관계 갖기 △귀두를 칫솔로 문지르기 △콘돔을 여러 장 사용하기 △성관계시 다양한 체위로 변경하기 △찬물로 샤워한 뒤 성관계하기 △숨을 깊이 쉬기 등 사정을 지연시킨다고 알려진 성지식과 민간요법들이다.

이런 속설에 가까운 민간요법들은 정확한 출처가 없는 만큼, 실제 효과를 확인할 수 없다. 오히려 성기에 강한 자극으로 피부가 벗겨지거나 상처가 생길 수 있으며, 이를 통한 세균 감염으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조루증은 성생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자신감을 잃고 소극적인 행동을 유발하는 등 대인관계에서의 문제도 야기하므로 조루증이 의심이 되면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조루의 치료

일반적으로 조루증 치료에는 행동요법과 약물요법이 있다. 약물요법은 먹는 조루증 치료제인 '프릴리지'가 있다. 국내에서 정식 허가된 최초의 경구약으로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매 성관계 3시간 전에 복용해야 하는데, 사정중추에 작용하기 때문에 국소마취제와 달리 성감을 전혀 둔화시키지 않고 사정을 지연시키는 것이 장점이다.

조루증이 치료되었다는 것은 단순히 사정 시간이 조금 연장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길어진 시간을 통해 부부관계가 더욱 즐거워지고, 잠자리가 부부를 더 친밀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부부간에 솔직하게 대화하고, 의학적인 도움까지 받는다면 치료효과는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대한남성과학회 박광성 회장(전남대병원 비뇨기과 교수)은 “부끄럽다고 치료를 받지 않거나 인터넷에 떠도는 글에 의존하면 자칫 병을 키우거나 잘못된 치료법으로 부작용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비뇨기과 전문의의 적절한 진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일순 기자 ra11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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