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대전시장 당선인이 '아름다운 퇴장론'을 화두로 제시하자 지역 공직계에 일대 회오리가 불고 있다. 염 당선인은 지난 15일 자치행정국 등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공사·공단 등 산하기관에 대한 인사와 관련 "시장의 정책 및 방침에 찬성해 정치적 지원을 함께 한 경우 전임시장과 함께 명예롭게 퇴임하는 문화도 필요하다"며 아름다운 퇴장론을 꺼냈다.

현재 대전시장이 직접 임명할 수 있는 산하 공기업 및 출연기관은 대전도시공사, 대전엑스포과학공원, 대전시설관리공단, 대전발전연구원 등 11곳이지만 간접적인 인사권까지 포함하면 수십여 곳에 달한다.

우선 6·2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스스로 시청을 떠난 인물은 송인동 대전시 정무부시장이다.

송 부시장은 "패자는 말없이 떠나야 한다"고 말한 뒤 16일 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것으로 퇴임식 없이 조용히 사퇴했다.

오는 12월이 임기인 대전엑스포과학공원 한의현 사장도 "공직자 출신인 만큼 시 방침을 따르겠다. 임기는 분명 있지만 시 방침에 따라야 하고, 핑계도 필요 없고, 또 하고 싶지도 않다. 이 같은 내 뜻을 시에 전했다"고 말했다.

반면 임기를 끝까지 고수하며 '마이 웨이'를 걷겠다는 기관장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2012년이 임기인 안규상 시 중소기업지원센터 본부장은 "시장과 무조건 행보를 같이 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정치적으로 같이 했던 분들만 고려할 수 있다"며 인사의 효율성을 강조했다.

육관홍 시 신용보증재단 이사장도 "끝나고 시작하는 마당에 같이 힘을 합쳐서 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과거에 했던 일은 이어나가고 상대편이었지만 서로 받아들이면서 일하겠다"고 전했다.

정준수 시 체육회 사무처장은 "선거 전에 이미 누가 당선되는 간에 12월 임기까지만 마치고 나가겠다는 뜻을 밝힌바 있다. 올해 대전에서 개최되는 소년체전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전국체전까지 마무리 한 다음 12월 말 임기가 끝나면 누가 붙잡더라도 떠나겠다"고 말했다. 또 조찬호 시설관리공단 이사장과 김광식 대전시티즌 사장은 "할 얘기 없다"며 즉각적인 입장표명을 회피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그 동안의 관례를 보면 신임 시장이 산하 기관장들에 대해 직접 퇴진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감사권과 경영평가 등을 통해 조용한 인사 정책을 펼쳐 왔다"며 "조직 입장에서 기관장들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오히려 커질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시 산하 공기업 및 출연기관 단체장의 임기는 대전도시공사 사장이 오는 8월,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 12월, 대전발전연구원장 2011년, 대전테크노파크 원장 2011년, 대전시 신용보증재단 2012년, 대전컨벤션뷰로 사무총장 10월, 대전문화산업진흥원 2011년 등이다.

박진환·이승동 기자 pow1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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