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덕구의 한 연구개발 업체는 최근 핵심기술자인 A직원이 갑자기 그만 두는 바람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신제품 개발에 깊숙히 관여했던 A직원이 수도권의 다른 업체로 자리를 옮긴 것인데, 올 하반기 출시할 신제품 개발이 한창 무르익을 때 그만 둔 것이어서 충격이 더욱 컸다고.

이 업체의 대표는 “어려울 때 함께 했고 정도 많이 들었다. 회사가 힘들 때 고생을 해줘서 해외 연수 등 최대한 대우해줬는데 배신감이 느껴진다. 다른 직원들 역시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감이 심하다”고 말했다.

충청지역 기업들이 ‘인재이탈’로 시름하고 있다.

애써 길러온 인재들이 더 나은 근로조건과 자아실현을 위해 몸담던 회사를 등지면서 중소제조업체들의 출혈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구개발 기업 등 ‘인재이탈’로 깊은 상처를 입은 일부 기업의 경우엔 직원들에 대한 불신 쌓이면서 교육, 해외연수 등 직원능력 개발을 위한 투자를 꺼리고 있는 상태다.

또 다른 중소제조업체의 경우 핵심기술자와 일반기술자로 분류해 기술·기능전수를 제한시켰고, ‘2년 이상 근무’ 등 채용시 근로기간을 중요하게 따지는 분위기다.

충남 청양의 한 중소제조업체 관계자는 “길러놓으면 다른 곳으로 가는 직원들 때문에 일선 생산현장에 타격이 극심하다”면서 “일정기간 이상 근무할 수 없는 직원은 아예 채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최근 회사가 세운 방침이다”고 말했다.

잦은 인재이탈로 직원들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어려움을 겪기는 직원과 회사가 매한가지다.

인재이탈로 상처를 입은 기업들은 교육 등 직원능력 향상을 위한 투자에 소홀할 수밖에 없고, 근로자들은 능력개발 등 자아실현에 차질을 빚게 된다.

또 이 같은 악순환이 거듭되면 생산성 약화를 불러 지역 기업들의 성장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기업관련 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는 “지역 CEO들이 교육 등 직원능력개발에 대한 관심은 높은 편이지만 생산현장에 적용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면서 “인재이탈에 대한 우려와 불신으로 인재육성에 차질을 빚으면서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하는데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중소제조업체들의 인재육성을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 등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항룡 기자 prim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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