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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오전 6시 30분경, 청주시인력관리센터 앞에 일감을 찾지 못한 일용직 근로자들이 서성이고 있다. 이정현 기자 cooldog72@cctoda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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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전 5시 30분경, 인력센터 주변은 초여름 날씨에도 경기한파가 채 가시지 않은 탓인지 인력시장의 현실을 대변하듯 쌀쌀한 분위기였다.
삼삼오오 웅크리고 모여 앉은 일용직 근로자들은 인력센터에서 흘러나오는 안내방송과 이들을 채용하러 오는 승합차에 이목을 집중해보지만 그리 신통치 않은 표정이다.
그나마 간간히 들어오는 일감은 ‘장롱 옮기기’나 ‘미장이 기술’ 등 단시간 근로자가 아니면 전문 인력을 원하다보니 기술을 보유하지 않은 일용직 근로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고 닥치는 대로 2~3시간 단순노동에 참여할 경우 일당 3만 원에 하루를 꼬박 소비하게 되면서 보수가 좋은 다른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일감이 많지 않은 이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결국 단순한 잡일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럴 경우 오전과 오후로 일거리를 구할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런 날은 1년 중에 손꼽을 정도라고 한다.
오전 6시가 되자 인력센터에서는 일용직 근로자들을 위한 무료 식사가 지급되고 허겁지겁 식사를 마친 60여 명의 근로자들은 1시간이 넘게 일감을 기다렸지만 결국 절반 이상이 허탈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날 하루 종일 인력센터를 찾은 70여 명의 일용직 근로자들 중 일거리를 찾아 나선 사람은 고작 10여 명에 불과했다.
청주 흥덕구 사직동에 거주하는 김모(52) 씨는 “전문기술도 없이 그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다보니 공치는(일이 없는) 날이 대부분”이라며 “하지만 이 나이에 들어갈 직장도 마땅치 않고, 딱히 다른 일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매일 아침 이곳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같은 시각 인력센터 내 상담실에는 구직 상담서를 작성하기 위한 사람들로 분주했다.
토목기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는 최모(38) 씨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번듯한 건설회사에서 열심히 공사현장을 누비던 기술직 근로자였다.
그러나 최 씨는 지난해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됐다.
최 씨는 여러 회사들을 ‘전전긍긍’하며 찾아가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지역 건설경기 침체를 반영하듯 최 씨를 찾아주는 곳은 단 한곳도 없었다.
그는 "건설경기나 경기가 좋아졌다는 말은 현장에선 도무지 실감할 수 없다"며 "다른 곳을 떠돌다 일거리가 마땅치 않아 인력센터를 처음 와봤지만 이곳 사정도 안 좋기는 마찬가지"라고 허탈해했다.
이정현 기자 cooldog72@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