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가과학자이자 KAIST 특훈 교수인 유룡(55) 교수는 ‘인재 양성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사항’이라고 늘 강조한다.
유 교수는 반평생을 KAIST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동시에 연구 개발에도 매진해 우수한 과학적 성과를 일궜다. 특히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2나노미터(㎚)라는 극미세 두께의 나노판상형 제올라이트 촉매물질을 합성하는 데 성공, 대체에너지 자원 개발 등에 활용될 수 있는 친환경 고성능 촉매물질 개발의 길을 열었다.
충청투데이 창간 20주년을 맞아 평생을 과학 인으로 살며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과학계를 이끄는 유 교수를 만나본다.
-우리나라 과학의 현주소를 20년 전과 비교해보면.
“20년 전 국내 과학계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열악한 연구 여건이다. 지금보다 연구비도 형편 없이 적었고, 변변한 연구 기기도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 그러나 많은 과학인들의 노력으로 우리나라 과학은 후진국 상태를 지나서 지금은 과학 선진국 문턱에 진입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20년 후 우리나라 과학은 어떻게 발전할 것으로 보나.
“과거 20년 동안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증가에 맞춰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도 증가했고, 연구 업적이 급증했던 것처럼 이 추세로 20년 동안 더 발전하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 주요 과학 선진국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에 맞춰 우리나라의 국가적 과학정책과 비전은 어떻게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연구개발 투자 증가에 맞춰 창의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인재 양성 프로그램과 교육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즉 창의성과 융합능력을 갖춘 인재를 키울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만 앞으로 우리나라의 신성장동력을 키울 수 있는 인재와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과학 인에 대한 정책과 혜택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보면.
“지금보다 못 살았던 1970년 대 초에도 KAIST를 만들고, 과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과학자원에 대한 병역특례 혜택과 재외과학자 우대를 통한 국내 정착 유도 등 많은 노력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예전보다도 과학자를 홀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 대덕특구 각 출연연 소속 연구원들의 정년만 봐도 지난 IMF 사태 때 줄어든 61세가 지금까지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박사학위를 받고 또 박사후 연수 과정 등을 거쳐 실제 전문 연구인이 되면 이미 나이가 30 대 중반을 넘어서기 때문에 61세는 결코 많은 나이다 아니다. 우선은 정년을 연장해 경륜을 갖춘 과학자들의 지혜를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현재 나라 전반적으로 이공계 기피현상이 만연한 데 청소년 과학정책의 방향을 제시한다면.
“단순하게 접근한다면 과학자들의 연봉을 올려 주고 정년을 연장하면 된다. 특히 이른바 스타 과학자들에게 외국처럼 고액 연봉을 주면서 사회적 존경을 받는 분위기를 만든다면 많은 청소년이 자연히 이공계로 몰려 오게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볼 때 현재 우리나라의 과학산업을 주도하는 IT, 반도체, 나노 등에 대한 전망은.
“현재 이러한 분야에 대해서 국가적으로 중점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전망이 밝다. 그러나 미래를 위해서는 지금 잘 하고 있는 분야 외에도 앞으로 가능성이 보이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준비를 항상 하고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과학 흐름의 세계적 패러다임과 이에 걸맞은 우리나라의 역할은.
“최근 과학 흐름의 세계적 패러다임은 실용성과 아울러 분야 간 융합을 통한 새로운 기술의 발견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많은 전문가가 이 점을 파악하고 있다. 앞으로는 융복합 시대로 흐를 것이다.”
-KAIST와 대덕특구에 대한 국가적 지원과 정책으로 어떤 것이 요구되고 있나.
“KAIST는 이미 서남표 총장의 개혁이 진행되면서 발전 방향이 잘 알려졌다. 과학적 정책은 정치적 고려보다는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07년 국가과학자 선정 등 국내 과학계의 거두로서 역할 감은.
“우리나라에는 나 말고도 훌륭한 과학자들이 많다. 나를 과학계의 거두라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퇴직 때까지 계속 열심히 연구에 임해서 후학들의 모범이 되고 싶다. 특히 논문의 숫자보다는 국제 학계에서 존중받을 수 있는 창의적이고 가치 있는 연구를 하는 풍토 조성을 이끌고 싶다.”
-한국 첫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 가능성에 거론되기도 하는데.
“과분하다. 나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독창적이고 학술적 가치가 뛰어난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이 앞으로 우리나라에 많아지다 보면 그들 중에서 누군가가 노벨상을 받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과학계에 몸담으며 가장 어려웠던 때와 가장 보람 있었던 때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할 때 직장을 잡지 못하던 것이 정말 어려웠던 것 같다. 그 후 한국과학기술대학에 부임했는데, 3년 후 KAIST로 통합됐다. 이런 다소 어려운 연구 여건에서 출발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고, 이 결과 후학들에게 모범을 보이게 되고 국가 과학기술 정책의 설정과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보람을 느낀다.”
-최근 연구 성과가 친환경 녹색정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앞으로의 흐름은 어떻게 보나.
“앞으로 갈수록 석유자원이 고갈되면서 세계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를 수십 년 전부터 미리 대비하는 것은 과학자들이다. 우리나라도 원자력은 물론 조력과 풍력, 태양광 등 다양한 대체 에너지 자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후배 과학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공연히 논문을 위한 연구를 하지 말고, 장차 다른 과학자들의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를 하도록 노력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요즘 특히 이 같은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학자들은 스스로 논문 발표를 위해서 연구를 하는지, 연구결과를 발표하려고 논문을 쓰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권하고 싶다.”
정리=이재형 기자 사진=우희철 부장
유 교수는 반평생을 KAIST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동시에 연구 개발에도 매진해 우수한 과학적 성과를 일궜다. 특히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2나노미터(㎚)라는 극미세 두께의 나노판상형 제올라이트 촉매물질을 합성하는 데 성공, 대체에너지 자원 개발 등에 활용될 수 있는 친환경 고성능 촉매물질 개발의 길을 열었다.
충청투데이 창간 20주년을 맞아 평생을 과학 인으로 살며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과학계를 이끄는 유 교수를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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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국가과학자인 유 룡 교수가 창의적이고 가치 있는 연구가 국가 과학발전을 가져오고 인재양성 교육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 | ||
“20년 전 국내 과학계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열악한 연구 여건이다. 지금보다 연구비도 형편 없이 적었고, 변변한 연구 기기도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 그러나 많은 과학인들의 노력으로 우리나라 과학은 후진국 상태를 지나서 지금은 과학 선진국 문턱에 진입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20년 후 우리나라 과학은 어떻게 발전할 것으로 보나.
“과거 20년 동안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증가에 맞춰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도 증가했고, 연구 업적이 급증했던 것처럼 이 추세로 20년 동안 더 발전하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 주요 과학 선진국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에 맞춰 우리나라의 국가적 과학정책과 비전은 어떻게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연구개발 투자 증가에 맞춰 창의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인재 양성 프로그램과 교육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즉 창의성과 융합능력을 갖춘 인재를 키울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만 앞으로 우리나라의 신성장동력을 키울 수 있는 인재와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과학 인에 대한 정책과 혜택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보면.
“지금보다 못 살았던 1970년 대 초에도 KAIST를 만들고, 과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과학자원에 대한 병역특례 혜택과 재외과학자 우대를 통한 국내 정착 유도 등 많은 노력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예전보다도 과학자를 홀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 대덕특구 각 출연연 소속 연구원들의 정년만 봐도 지난 IMF 사태 때 줄어든 61세가 지금까지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박사학위를 받고 또 박사후 연수 과정 등을 거쳐 실제 전문 연구인이 되면 이미 나이가 30 대 중반을 넘어서기 때문에 61세는 결코 많은 나이다 아니다. 우선은 정년을 연장해 경륜을 갖춘 과학자들의 지혜를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현재 나라 전반적으로 이공계 기피현상이 만연한 데 청소년 과학정책의 방향을 제시한다면.
“단순하게 접근한다면 과학자들의 연봉을 올려 주고 정년을 연장하면 된다. 특히 이른바 스타 과학자들에게 외국처럼 고액 연봉을 주면서 사회적 존경을 받는 분위기를 만든다면 많은 청소년이 자연히 이공계로 몰려 오게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볼 때 현재 우리나라의 과학산업을 주도하는 IT, 반도체, 나노 등에 대한 전망은.
“현재 이러한 분야에 대해서 국가적으로 중점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전망이 밝다. 그러나 미래를 위해서는 지금 잘 하고 있는 분야 외에도 앞으로 가능성이 보이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준비를 항상 하고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과학 흐름의 세계적 패러다임과 이에 걸맞은 우리나라의 역할은.
“최근 과학 흐름의 세계적 패러다임은 실용성과 아울러 분야 간 융합을 통한 새로운 기술의 발견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많은 전문가가 이 점을 파악하고 있다. 앞으로는 융복합 시대로 흐를 것이다.”
-KAIST와 대덕특구에 대한 국가적 지원과 정책으로 어떤 것이 요구되고 있나.
“KAIST는 이미 서남표 총장의 개혁이 진행되면서 발전 방향이 잘 알려졌다. 과학적 정책은 정치적 고려보다는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07년 국가과학자 선정 등 국내 과학계의 거두로서 역할 감은.
“우리나라에는 나 말고도 훌륭한 과학자들이 많다. 나를 과학계의 거두라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퇴직 때까지 계속 열심히 연구에 임해서 후학들의 모범이 되고 싶다. 특히 논문의 숫자보다는 국제 학계에서 존중받을 수 있는 창의적이고 가치 있는 연구를 하는 풍토 조성을 이끌고 싶다.”
-한국 첫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 가능성에 거론되기도 하는데.
“과분하다. 나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독창적이고 학술적 가치가 뛰어난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이 앞으로 우리나라에 많아지다 보면 그들 중에서 누군가가 노벨상을 받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과학계에 몸담으며 가장 어려웠던 때와 가장 보람 있었던 때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할 때 직장을 잡지 못하던 것이 정말 어려웠던 것 같다. 그 후 한국과학기술대학에 부임했는데, 3년 후 KAIST로 통합됐다. 이런 다소 어려운 연구 여건에서 출발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고, 이 결과 후학들에게 모범을 보이게 되고 국가 과학기술 정책의 설정과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보람을 느낀다.”
-최근 연구 성과가 친환경 녹색정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앞으로의 흐름은 어떻게 보나.
“앞으로 갈수록 석유자원이 고갈되면서 세계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를 수십 년 전부터 미리 대비하는 것은 과학자들이다. 우리나라도 원자력은 물론 조력과 풍력, 태양광 등 다양한 대체 에너지 자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후배 과학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공연히 논문을 위한 연구를 하지 말고, 장차 다른 과학자들의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를 하도록 노력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요즘 특히 이 같은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학자들은 스스로 논문 발표를 위해서 연구를 하는지, 연구결과를 발표하려고 논문을 쓰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권하고 싶다.”
정리=이재형 기자 사진=우희철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