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 두명이 비슷한 시기에 시집을 출간했다. 청주대 교수인 임승빈 씨가 다섯번째 시집 ‘흐르는 말’(서정시학)을, 충북청원 출생으로 창조문학으로 등단한 이영숙 씨가 첫 시집 ‘우리가 눈물을 흘리지 않아 강물도 심장이 마른다’(창조문학사)를 각각 펴냈다.

임 씨는 이번 시집에서 자연과 사찰, 어머니와 아내 등 다양한 삶의 공간을 배경으로 신작 시를 선보인다.

'비늘'이라는 작품에서는 "무심천 징검다리 건너다/ 흐르는 물 속 유심히 들여다봤더니/ 맞어 붕어새끼/ 고 쬐그만 붕어새끼 한 마리… 타다닥 물을 때려 물살도 일으키면서/ 온몸으로 그 물 살아내고 있었다"는 시구처럼 무심천의 자연 풍경이 눈에 보이는 듯 하다.

시인의 의식이 머무는, 사찰의 고요함을 느낄 수 있는 시도 있다. "팔상전 돌계단에 앉아/ 무료히 담배 한대 빼어 물었다/ 열려있는 금강문으로/ 저만큼 미륵님이 웃고 있었다"('법주사에서' 중)

신작 시집에서는 특히 어머니와 아내를 통해 사랑과 죽음을 연계해 삶, 만남과 헤어짐 등을 관조한 시가 눈에 띈다. "언덕에 한 그루 회화나무 서 있으면/ 미안타 자꾸 미안타/ 다시 그 언덕 더 환한 한켠에/ 두어 개 해바라기가 피어 있으면/ 그래도 미안타 나는 미안타/ 남편 자식 할 것없이 속만 썩여서/ 이래저래 억장 무너질 때마다/ 억지로 돌아누워 잠을 청하시던 어머니"('언덕' 중) 긴 강처럼 흘러야 할 어머니의 말씀을 침묵의 형식으로 재현한다.

임 씨는 머리글에서 "시집을 펴낼 때 마다 늘 예술성이 담긴 순수시를 쓰고자 했다"며 "부족한 시편들을 그리운 어머니께 바친다"고 읊조렸다.

눈물을 테마로 한 이 씨의 시집은 눈물의 상징성을 독자에게 호소하고 싶은 시적 언어로 전달한다. 눈물이 없는 현실, 눈물이 없는 우리를 돌아볼 때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은 서로가 상생을 위한 눈물이 필요하며 이를 상실하게 될 때 모두가 생명을 잃게 된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제1부 여자가 알을 낳다, 제2부 벗겨지는 숲, 제3부 눈물, 제4부 인공도시 등으로 엮었다. 각각의 시편에서는 문명속에 감금된 인간의 불행을 아이러니하게 들춰내고 있는가 하면 인간을 속박하는 문명사회, 끝없는 욕망이 저지른 폭력과 파괴 등을 고발한다.

그러나 이 씨는 모든 것을 정화해 생명력을 복원하는 것은 오로지 ‘물’임을 강조한다. 물의 정화력은 모든 생명을 회복시키며 진정 시적 구원이 있음을 설파한다. 시집 전반부에서는 남성적이고 이성적인 문명의 횡포가 빚어낸 생태학적 위기와 메마른 현실을 직시한다. 즉 생명력의 근원인 자연성의 복원을 통해 다시 생명력을 회복하고 문명과 자연이 상생하는 에코토피아(ecotopia)를 만들자는데 시적 정서를 깔고 있다.

저자 이 씨는 서문에서 “눈물은 세상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윤활유”라며 “삶의 존재 원리를 안다면 모든 생태적 갈등은 눈물과 화해로 극복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숙 기자 lee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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