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다문화가정 주부 던티 응앳(가운데) 씨가 본보와 인터뷰를 마치고 시아버지, 남편 고영운 씨와 함께 다정한 모습으로 촬영을 하고 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낯선 한국땅을 밟고 5번째 흘린 눈물이다. 여태까지는 베트남에 있는 가족들이 보고싶어 울었다. 이번에는 아니다. 열흘 후면 그리웠던 가족을 본다는 환희의 눈물. '절대 울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 속상하다. 그래도 '기쁜 눈물'이기에 괜찮다.

다문화가정 주부 던티 응앳(Doan Thi Nguyet·27) 씨는 청주시 상당구 용담동의 한 작은 빌라에 산다. 남편 고영운(47) 씨를 따라 청주에 온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응앳 씨는 베트남 호치민의 중소업체 직원이었다.

지난해 2월 그녀는 지인의 주선으로 영운 씨와 인연을 맺었다. 일주일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그를 만났다. 첫눈에 반한 게 이런 건가? 베트남을 떠나는 영운 씨에게서 청혼을 받았다. 갑작스런 '프러포즈'. 어리둥절했다.

결혼, 한국, 청주, 국어. 낯설었다.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영운 씨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석달이 지난 5월 10일. 가족 앞에서 반지를 나눠 끼며 웨딩마치를 올렸다. 열흘간의 달콤한 신혼여행을 마치고 한국 땅을 밟았다.

"모든 게 힘들었어요. 가족들이 보고 싶었고, 한국말과 요리도 어려웠어요."

걱정은 현실로 다가왔다. 당장 한국말이 어려웠다. 일주일에 이틀 다니는 다문화가정지원센터의 교육만으로는 부족했다. 남편 도움을 받아 차근차근 배워나가면서 지금은 서툴긴 해도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

음식도 걱정이었다. 시아버지(74)와 남편에게 맛난 음식을 해주고 싶은데 할 수 있는 요리는 베트남 음식뿐. 요리책을 보며 한국음식을 하나씩 배워나간다. 물품을 구매할 때는 어김없이 걸어서 30분 걸리는 청주육거리시장을 찾는다. '재래시장 활성화'에 일조하고 싶어서다.

"며칠 후면 부모님도 만나고, 뱃속에 있는 예쁜 딸도 보게 돼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요."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다음달 11일이면 친정부모님을 만날 수 있다. 7월 9일(예정)은 딸 '동희'가 세상에 태어나는 날이기도 하다. 친정 부모님과 함께 출산준비, 산후조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절로 미소가 나온다.

친정부모를 맞이하려 휴일도 반납한 채 집안청소를 해준 남편, 친정아버지와 대작(對酌)을 위해 손수 인삼주를 담근 시아버지. 그저 감사할 뿐이다.

"1년 후면 국적취득을 할 수 있어요. 이름은 신랑이 지어 준 '전지혜'에요."

꿈이 뭐냐고 묻는 기자에게 잠시 생각에 잠긴 응앳 씨가 나지막하게 말한다.

"매일 열심히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어요. 나중에 우리 딸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엄마가 되려고요. 그냥 엄마가 아니라 멋진 '통역가'로 활동하는 엄마로요." 하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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