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청원군초정리는 우리 민족의 성군 세종대왕이 한글창제 과정에서 눈병에 걸리자 행궁을 짓고 120일간 머물며 맑은 물로 치료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품고 있는 초정리를 중심으로 잊혀지고, 사라져가는 이 땅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한권의 책으로 나와 눈길을 끈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이자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는 변광섭 씨가 초청리의 삶과 문화를 녹여낸 ‘생명의 숲, 초정리에서’(도서출판 고요아침)를 출간했다.

이 책은 초정리의 문화적 가치와 생명의 소중함을 회화작가 손순옥 씨의 그림을 곁들여 잔잔한 감동을 준다.

특히 역사와 문화, 인간과 자연의 어우러짐을 감성적인 글과 그림으로 쏟아내고 있어 청량함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은 단순히 읽기 위한 책이 아니다. 이 땅의 생명과 문화가치를 테마로 한 스토리텔링이자 통섭과 융합, 하이브리드의 시대정신을 적나라하게 들춰낸다.

그동안 문화가 예뻐졌어요, 크라토피아, 우리는 왜 문화도시를 꿈꾸는가, 박물관에서 미술관까지, 나는 공방으로 소풍간다 등 현장을 뛰며 여러 권의 문화 관련 산문집을 펴낸 것을 감안할 때 이번 책은 더욱 문화의 성숙도를 더해준다.

제1부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아름답다’에서는 초정리 탄생의 비밀과 세종대왕이 한글창제 과정 중 눈병에 걸려 이곳에서 행궁을 짓고 기거하던 조선시대의 역사를 글로 엮었다.

또한 유년기 시절의 이야기를 초정리의 자연환경과 문화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단오 동지 설날의 풍경, 농경문화의 삶과 뒤안길, 규방공예의 새로운 가치, 그리고 시골학교에서 펼쳐졌던 유년기의 추억을 간결하고 흥미롭게 그려낸다.

이책을 읽다보면 속절없이 사라진 옛 모습을 다시 만날 수 있으며, 이 땅의 어머니와 아버지들이 고단했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대자연을 벗삼아 옥토를 일구던 모습을 세심히 스케치해 자연과 하나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제2부 ‘나만 행복해서 죄송합니다’에서는 초정리와 초정리 밖을 오가며 세상사는 이야기를 다양한 화법으로 풀어낸다. 문화예술의 중요성, 생태와 생명의 가치, 세계 주요 도시의 문화이야기, 문화정책에 대한 새로운 비전 등을 자신만의 철학과 소신으로 톤을 높인다.

저자는 또 비교문화적인 시각으로 세태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한국과 세계 각국의 문화적 차이와 특징을 예리하게 파헤치고 동시대 사람들이 고민해야 할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역설하고 있다.

결국 저자는 자신의 이익만을 쫓는 누더가 같은 인생이 아니라 진정으로 세상을 포용하고 사랑하며 삶의 에너지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외친다.

작가 변 씨는 서문을 통해 "이 책은 초정리 풍경이지만 한 시대를 가슴 뜨겁게 살다간 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와 낯익은 살결을 주섬주섬 모았다”며 “생명의 소중함을 몸소 실천해 온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진솔하게 빚었다"고 밝혔다. 이현숙 기자 lee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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