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올해부터 전국의 모든 기초자치단체까지 '계약심사제도'를 확대 시행키로 했지만 정작 전담 인력배치를 위한 제도적 지원책 마련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계약심사제도는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사업의 원가산정과 설계변경 금액 등의 적정성을 심사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인 만큼 각 지자체에서는 이를 시행·평가할 전문 인력이 필요하지만 행안부는 "기존 인력을 활용하면 된다"는 논리로 사업을 강행, 중앙과 지방간 마찰음이 커지고 있다.

25일 행정안전부, 대전시 등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도입한 계약심사제도가 예산절감 및 계약품질 향상에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올해 모든 시·군·구까지 확대 시행키로 했다.

이에 따라 2억 원(종합공사 3억) 이상의 공사나 7000만 원 이상의 용역, 2000만 원 이상의 물품을 구매할 시 전국의 모든 기초지자체는 발주사업의 원가산정·공법선택·설계변경의 적정성을 심사해 사전에 예산낭비 요소를 제거하게 된다.

실제 지난해 16개 시·도가 모두 15조 6773억 원 규모의 사업을 대상으로 계약심사제를 실시한 결과 1조 3035억 원의 예산을 절감했고, 자율적으로 도입한 30개 기초 지자체들도 726억 원을 절약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파악했다.

대전시의 경우 지난해부터 5억 원 이상의 공사, 2억 원 이상의 용역, 2000만 원 이상의 물품 구매에 이 제도를 적용, 시행한 결과 지난달 기준으로 모두 290건에 1651억 원의 계약을 심사해 123억 원, 7.5%의 절감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행안부의 방침에 따라 전국의 광역자치단체는 물론 기초자치단체들도 계약심사제를 도입해야 하지만 정작 전담 인력에 대한 정원 증원이나 총액인건비 등 제도적 지원책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선 시행하고 있는 16개 시·도에서도 담당 인력 부족으로 설계 단계에서 정확히 이뤄져야 하는 원가계산이 서류심사에 그치고 있다는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다.

문제는 대전지역 5개 자치구 등 기초지자체들의 사정은 더 열악하고, 자체 예산으로 진행하는 사업은 요청이 있을 때만 심사하기 때문에 예산 낭비 우려도 크다는 점이다.

지역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올해 안에 계약심사제가 확대 시행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현재까지 자체적으로 논의만 이뤄진 것이 전부다. 모든 부서가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력을 뺄 수도 없고, 고정된 정원에서 추가 인력을 채용·배치할 수도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이어 "아무리 좋은 제도나 정책이라도 현실적 지원이나 대안도 없이 강행하려는 중앙의 논리를 납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특별히 마련한 대안은 없고, 제도 시행에 따른 예산절감 효과가 기대되는 만큼 각 자치단체가 알아서 인력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