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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헌 대전지법원장은 "법원은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해야 하고, 재판은 소통이 중요하다”며 “공판중심주의, 구술심리주의가 대전에서 확실하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법도 마찬가지다. 법은 법치주의 국가인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약속이자 꼭 지켜야 할 규범이다. 특히 올해는 지방자치의 꽃으로 불리는 전국지방동시선거를 앞두고 있어 법의 가치와 중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여·야 정치권 중심으로 사법부 개혁안 공방이 이어지고, 전교조 시국선언, 국민참여재판 등 판결 하나하나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상태다. 그 만큼 사법부의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적 관심이 높다. 이런 국민적 기대에 부흥하고, 법원 변화에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이 바로 김용헌(55·사시 20회) 대전지법원장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난 21일로 부임 100일을 맞은 김 법원장을 만나 향후 법원의 발전 방향과 사법부의 개혁 방향을 대해 들어봤다.
대담=박신용 사회부장
-취임 100일의 소회는.
"100일이라는 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다. 짧은 기간이지만 800여 명에 이르는 관내 법관, 직원들과 소통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특히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찾아가 1일교사 활동을 한 것이 고향에 법원장으로 부임한 기쁨과 보람이었다. 향토의 흙냄새를 맡아가며 법원장으로 봉직할 기회는 지금뿐이라는 생각으로 마지막까지 열과 성을 다할 것이다."
-재직기간 포부도 남다를텐데.
"법원은 재판기관이기도 하지만 지역의 행정기관이다. 다른 기관도 마찬가지 이겠지만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 행정기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법원 역시 재판을 통해 지역에 봉사한다. 재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공판중심주의, 구술심리주의가 대전에서 확실하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
-법조계의 '대쪽'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데.
"법관으로써 '대쪽'이라는 평가는 고마운 말이다. 항상 추구해온 것이 법관은 따뜻하고 온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적인 법관이 되기 위해 노력한 것이 그런 평가를 받은 것 같다."
-법원 내 구술심리 커뮤니티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데, 그 모임체의 성격과 활동범위는.
"재판은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재판은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서면 중심으로 진행되고 판결문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법전에도 나와 있듯이 재판은 서면 중심이 아니라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해결책을 찾는 것이 본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지금에서 말하는 구술주의이자, 공판중심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재판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 4년 전 만들어진 것이 구술심리 커뮤니티이다. 전국 1000여 명이 넘는 법관들이 참여해 국민이 신뢰하는 법 구현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모두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또 그것을 향해 살아간다. 본인은 꿈을 이뤘다고 생각하는지.
"하고 싶은 것이 3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고향인 영동에서 지원장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책을 쓰는 것이었다. 그 동안 2가지는 이뤘다. 물론 법관으로 공직에 근무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건도 많았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욕심이 있다면 부끄럽지 않는 법관, 참된 법관의 길을 끝까지 걷고 싶고, 오래도록 가족과 함께 건강한 삶을 살았으면 한다."
-법원 최초로 '상시 법정설문제도'를 도입했는데.
"상시 법정설문조사는 서울고법 재임 당시 지속적인 자기점검을 위해 시행했던 방안이다. 재판을 일상적으로 하다 보면 긴장감이 떨어지고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 이 때문에 꾸준하고 지속적인 자기점검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발전도 가능하게 된다. 이런 이유에서 재판에 직접 참여했던 사람들이 재판진행에 대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또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고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 설문조사의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는다는 것을 달가워할 사람은 없지만 대전지법 모든 판사들이 보다 나은 재판을 하고 국민 신뢰를 받는 법원 만들고자 하는 열정을 갖고 흔쾌히 따라준데 고맙고 자랑스럽다. 최근 변호사들과의 간담회에서도 법정설문제도가 화두였다. 이 제도 시행 후 법원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향후 좋은 방향으로 정착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앞으로 변화하는 법원, 국민이 신뢰하고 질 높은 재판서비스 제공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6·2 지방선거관리위원장으로서 방안은.
"공직선거법은 공명선거를 이루기 위한 약속이다. 금품살포나 허위사실 유포 등은 선거분위기를 혼탁하게 만들고 민의를 왜곡시키는 선거범죄 행위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모든 선거후보자들이 매니페스토 정신에 입각한 공정한 정책선거에 임해주시길 바란다."
-논란 중인 사법개혁안에 대한 생각은.
"가장 큰 쟁점은 폭주하는 상고사건으로 힘겨워 하는 대법원을 정상화시키는데 있다. 상고사건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냐, 아니면 대법관 정원을 늘리는 방법을 택할 것이냐가 쟁점이다. 대법원은 대법관의 숫자를 늘리는 것으로는 끝이 없으니 중요하지 않은 사건은 걸러내고 나머지 사건만을 대법원에서 심판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그 대신 각 고등법원 소재지에 상고심사부를 둬 엄격하고 세심한 심리로 적격 여부를 심사하자는 것이다. 이밖에 경험과 연륜이 있는 법조인을 신규법관으로 임용하자는 것과 전자재판제도의 채택, 판결문의 전면적 공개 등의 개선안이 있지만 이는 큰 이견이 없는 한 쉽게 합의를 이룰 것으로 예상한다."
-전교조 시국선언 판결이 지역별로 엇갈리는데.
"동일한 사안에 대한 동일한 결론, 균형 있는 양형은 이상적인 재판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재판은 개별 법관이 독립해 심판하는 것이고 또 사안마다 다소간의 차이는 있기 마련이다. 그런 이유에서 무리하게 통일시키려 해서는 안되고 양형연구나 심급제 활용 등 자연스러운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번에 대전지법이 형사 항소심에서 대전·충남 지역에서 견해를 달리했던 두 판결을 하나의 결론을 낸 것이 바로 그런 기능이다."
-국민참여재판제도를 평가한다면.
"일반 시민이 재판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은 선진 사법제도를 갖고 있는 나라 대부분이 채택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도 시민이 배심원으로서 형사재판에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 도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찬반 양론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치열한 논의 끝에 도입하기로 결정됐다. 이제는 찬반에 관한 논의는 접어두고 이 제도가 올바르게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대전지법은 교도소를 중심으로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홍보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며 담당 재판부도 1개에서 2개로 늘렸다. 그동안 재판부와 배심원단이 상이한 결론을 낸 것은 전국적으로 1~2건 정도 있었지만 적어도 대전지법은 그러한 예는 없었다. 배심원으로 참여한 대전 시민의 능력이 매우 뛰어남을 보여주고 결과라고 생각된다."
-대전시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대전지법은 신속 공정한 재판과 친절한 민원으로 국민과 지역사회에 봉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시민 여러분께서도 법이 우리 모두의 행복과 자유를 지켜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점에서 준법운동에 함께 나서 주길 바란다. 또 작은 목소리라도 주권자인 국민의 목소리라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항상 겸허히 귀 기울일 것이며 지역사회와 소통하려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항상 애정과 관심으로 법원을 지켜봐 주실 것을 기대한다."
정리=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사진=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
김용헌 대전지법원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