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서 소비위축에 따른 판매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변칙적인 할인영업이 성행하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소매점 등 일부 매장은 할인기간이 아닌데도 고객의 구미(?)에 맞춘 이른바 ‘흥정 가격제’를 공공연히 행하고 있다.

1일 대전지역 유통업계에 따르면 가전업체간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전 전문매장과 대형 소매점에서 흥정에 따라 적게는 5%부터 많게는 10%까지 가격을 할인해 주고 있다.

지난달 대전의 한 가전마트에서 ‘특별 행사 가격’이라며 정가표상 200여만 원짜리 PDP-TV를 흥정을 통해 185만 원에 구입한 주부 권 모(37) 씨는 “인근의 가전마트는 동일 상품을 190만 원까지, 또 다른 가전마트에서는 186만 원까지 가격을 낮춰주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권 씨는 이어 “가전제품을 살 때마다 제 값을 주고 사는지, 싸게 사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며 “표시된 가격을 깎지 않으면 비싸게 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대전시 서구의 한 대형 소매점 가전매장에서는 경쟁업체보다 ‘비싸다’는 소비자의 말에 “다른 가전 매장만큼 할인해 주겠다”며 직원과 소비자가 흥정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형 소매점과 가전마트 간 주도권 싸움이 빚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대형 소매점들은 단가가 높은 가전 판매를 확대, 추가 할인에 나서고 있으며, 가전마트들은 이를 견제하기 위해 가격을 흥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대형 소매점 관계자는 “고객 대부분이 인터넷이나 타 매장에서 가격정보를 확인한 뒤 매장을 찾고 있어 가격을 최대한 낮출 수밖에 없다”라며 “매출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마진을 줄이더라도 추가 할인판매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전 유통시장에서 가격정찰제의 기능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져 제 가격을 주고 사는 소비자가 없을 정도다.

또 일부 소규모 화장품 점포들은 연중 30~50% 정도 할인행사가 계속되고 있는 곳도 있다.

이에 대해 김 모(30) 씨는 “이게 과연 할인가가 맞는지 불신감이 든다”라며 “이처럼 파격세일을 볼 때 원가는 얼마며, 오히려 화장품의 판매가격 자체에 대해 의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대전주부교실 관계자는 “사업자가 스스로 표시한 가격을 사전예고 없이 변경하는 행위는 소비자와의 약속을 져버리는 행위”라며 “이 같은 추가 할인을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로 보기는 무리가 있지만, 제 값 주고 사는 사람과 형평성면에서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권순재 기자 ksj2pro@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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