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안 앞바다를 뒤덮었던 검은 기름의 재앙은 100만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1년여 만에 되살아나고 있다. 사고 당시 기름덩어리를 뒤집어 썼던 태안군 십리포해수욕장에 파래, 미역, 고동 등 생물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신현종 기자 shj0000@cctoday.co.kr  
 
지난해 12월 발생한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는 바다는 물론, 주민들의 영혼마저 검게 물들였다.

기름띠는 태안반도 해안선 약 70㎞와 전남 영광 해안 일부, 충남과 전라남·북도 101개 도서마저 집어 삼키면서 갯벌, 해역 양식장과 해상 가두리, 육상 양식장 등을 초토화 시켰다.

충남도내 해수욕장인 만리포와 천리포, 학암포 등 39개 해수욕장과 신두리 사구, 각 지역 천연갯벌, 그 안에 살고 있는 다양한 생물 종(種)에게도 엄청난 고통을 안겨줬다.

이는 결국 기상뿐만 아니라 해류, 해저지질, 해양생태계, 해양환경 등 자연환경과 연안 및 해역이용, 수산물 안전성 등의 생활환경, 인구와 주거, 산업, 어업현장 등 경제, 사회, 문화, 환경 등 모든 분야에 변화를 가지고 왔다.

다행히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를 비롯한 범국민적인 방제작업의 결과로 기름유출 후 4개월 만에 조업재개가 시작됐고 해수욕장들도 대부분 인체에 위해가 없다는 적합판정을 받아 올 여름 개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양오염 사고가 생태계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기에 사고이전 상태로 회복되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신속한 사고이전의 생태계 회복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환경영향조사 실시, 지역별로 적합한 복원계획을 수립하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재까지는 기름유출 직격탄과 함께 우려했던 오일볼이나 타르볼에 의한 바닷가의 2차 오염은 관측되지 않고 있다.

서산·태안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신두리 해수욕장 해변에서는 콩게와 엽낭게, 달랑게, 비단고둥 등 갑각류가 활발하게 서식하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

반면 파래와 김 등 해조류가 사고 이후 이상 증식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고, 성게류 등 극피동물이 갑자기 늘어나는 현상도 목격돼 기름유출 사고로 생태계 질서에 큰 혼란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우려 속에 지난 3월 기름유출 사고 피해주민의 지원 및 해양환경의 복원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공포됐다.

정부에서도 복원을 위해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 환경부가 협의체를 구성, 피해지역의 해양환경복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적극 추진 중에 있다.

충남도 역시 최적의 대안을 만들기 위해 환경과 해양, 지질전문가 및 NGO 등을 주축으로 환경영향조사반을 구성했으며 해외 전문가들과 여러 차례 오염해안에 대한 정밀조사 등을 실시했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기름피해 지역에 대해 1차 생태환경복원 연구사업 조사를 실시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특별해양환경복원지역으로 지정·고시하고 장기적인 복원계획을 제시할 방침이다.

또한 사고 이전의 자연환경을 회복하기 위해 피해지역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장기적인 복원사업을 순차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해안가 백사장은 대체로 회복됐지만 앞으로 갯벌이 문제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사고 초기의 기름 흔적이 목격된다는 게 현지 주민들 설명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정부의 특별해양환경복원지역 지정 시 피해지역이 복원대상에서 제외되는 일이 없도록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복원계획에서 지역주민의 경제활동이 제한 조치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나인문 기자 nanew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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