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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오정동농수산물도매시장 인근의 유사시장. 넓은 인도에 냉동수산물이 가득 적재돼 일반인들의 통행을 어렵게 하고 있다. 김항룡 기자 | ||
'유사시장'이란 도매시장 인가를 받지 않고 산지에서 올라온 농수산물을 급식 또는 요식업소 등에 중계해 주는 역할을 하는 시장을 말한다.
노은·오정 등 대전지역 양대 도매시장 주변에도 이 같은 유사시장들이 성업 중으로 일부 업체들이 새벽시간 인도와 도로를 무단 점거하는 등 불법을 일삼고, 악취 유발과 같은 시민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도매시장 중도매인들은 거래대금의 5~10%를 수수료로 지불하는 등 세원관리가 비교적 투명한 반면, 유사시장 업체들은 거래량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해 탈세에 대한 우려 및 농수산물 유통질서를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중도매인은 "도매시장 중도매인은 수수료 부담은 물론 농수산물 안전에 관한 각종 견제를 받지만 유사시장 업체들은 이에 대한 부담이 없다"면서 "이 때문에 (유사시장 업체가)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되고 처리물량이 늘고 있다. 이 같은 일이 수년 째 되풀이되면서 도매시장 매출에 영향을 주는 등 지역 농수산물 유통시장 질서가 망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차시설이 갖춰지지 않는 등 도매시장으로는 부적절한 위치에 유사시장이 들어서다보니 각종 불법도 만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12일 새벽 4시 경, 대덕대교에서 한남대 방향 부근에 형성돼 있는 한 유사시장을 취재한 결과, 인도에는 수산물박스가 가득 적재돼 사람들의 통행이 쉽지 않았고, 편도 3차선 도로의 2·3차선은 운송차량에 의해 점거 당하다시피 해 오가는 차량들이 갑작스럽게 차선변경을 하는 등 아슬아슬한 상황이 반복됐다.
또 냉동수산물이 녹으면서 흘러내린 오수가 이 일대 인도를 덮고, 하수도에 그대로 유입되면서 심각한 악취를 풍겨, 이날 오후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관할구청인 대덕구는 이들 업체의 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수억 원의 예산을 들여 인도에 철쭉화단을 설치했지만 상당수 죽어있었고, 불법주정차를 단속할 수 있는 CCTV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새벽시간에는 운영되지 않아 무용지물이었다.
대덕구 관계자는 "인도 무단적재와 불법주차는 불법이지만 이를 단속했을 경우 이들 업체의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생존권을 배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처리에 고충이 많다"면서 "민원이 제기돼 최근 중앙분리대와 화단을 조성하는 등 조치를 한 상태다. 날이 더워지면서 악취가 심해졌는데 유사시장 상인협회 등에 잦은 세척 등을 권고하겠다"고 말했다.
한 유통전문가는 "유사시장에서 취급하는 수산물의 경우, 원산지가 표시되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면서 "영세사업자가 아닌 기업형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업체 스스로의 자정노력과 불법에 대한 대덕구의 확고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김항룡 기자 prime@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