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청원군 부용면에서 손자 진수(가명)와 진형(가명)이와 함께 살고 있는 박양금 할머니가 지난 7일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진수와 진형이는 사진촬영을 끝내 거부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박양금(77·여) 할머니는 충북 청원군 부용면에서 손자 진수(17·가명)와 진형(14·가명)이와 함께 살고 있다.

박 할머니가 진수와 진형이와 함께 살게 된 것은 지난 2006년.

자신의 셋째 아들의 사업이 급격히 기울면서 부채를 모두 떠안게 되자 며느리는 종적을 감췄고 대전에서 부모와 함께 살던 진수와 진형이는 할머니 손에 맡겨질 수 밖에 없었다.

아들이 손자를 당분간만 맡아달라며 약속한 시간은 1년. 하지만 아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박 할머니는 진수와 진형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며 연신 싫은 소리를 내뱉었다.

“두 놈다 말을 안들어. 특히 큰 놈이 그렇게 말을 안들어. 학교만 갔다오면 나가서 어디를 그렇게 돌아다니는지 집에도 안들어오고 다음날 아침에 들어오기 일쑤고…. 그러니 내가 얘네들을 데리고 어찌 살아. 아범이 빨리 돌아와서 데리고 갔음 좋겠어.”

하지만 박 할머니의 잔소리에는 부모가 없는 손자들에 대한 걱정과 가여움, 사랑 등이 담겨있었다.

“나쁜 친구들하고 어울리다 사고라도 쳐서 고랑(수갑) 찰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야. 그래도 고마운 것은 두 놈다 남들은 다 간다는 학원이며 과외를 안해도 공부는 잘해.”

진수는 전교생 60명 중에 10등 안에 꼬박꼬박 들고 있고 동생 진형이는 전교생 100명 중에 1~2등을 한다.

최근엔 박 할머니도 손자들과 함께 사는 게 힘에 부칠 때가 많다. 얼마전에는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걱정거리가 생기기도 했다. 좋지 않았던 다리의 관절이 아파오면서 서울에서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형편상 그럴 수 없는 데다 아픈 다리에 얼마전에는 살고 있는 집의 벽이 해빙기를 맞아 무너져 내리면서 박 할머니의 주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어쩌겠어. 나보다 애들이 먼저지. 그럴 만한 돈도 없고 내가 수술하러 서울가면 애들은 누가 돌보겠어. 다리도 아픈데 벽이라도 누가 좀 고쳐줬으면 좋겠어. 지금은 괜찮은데 겨울되면 바람이 집으로 들어올테고 애들이 감기라도 걸릴까봐서.”

박 할머니의 바람은 아들이 돌아와 손자들을 데려가 부모 품에서 손자들이 자라나게 하는 것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돈 떠안고 도망다니고 있을텐데…. 못오겠지….”

박 할머니와 같은 조손가정은 날이 갈수록 그 수가 늘고 있다. 하지만 세상은 애달픈 이들의 사연을 아직 읽지 못한다.

게다가 고령인 조부모의 건강과 손자·손녀의 학업과 정서교육의 문제는 어디서도 보듬어 주지 못한다.

따뜻한 관심이 절실하지만 국가의 보살핌에서는 완전히 벗어나 있는 것이다. 조손 가정에 대한 공적 지원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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