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충북 옥천에서 아내와 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40대 가장이 2년 전 자신의 노부모도 불 태워 숨지게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가족 살해 동기는 생활고 등 돈 문제여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황금만능주의와 생명경시 풍조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충북 옥천경찰서는 “지난 27일 아내의 낭비벽에 불만을 품고 자신의 아내와 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 모(42) 씨가 2년 전 부모 집에 몰래 들어가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질러 부모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30일 밝혔다.

김 씨는 당시 사업 실패로 1억6000여 만 원을 날리고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내 앞으로 증여된 집을 팔아 생활비로 쓰기 위해 부모를 살해했다"고 범행 동기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화재는 집 44㎡를 모두 태워 안방에서 잠을 자던 김 씨의 아버지(85)와 어머니(75)는 온 몸에 화상을 입은 채 구조돼 병원치료를 받았지만 이틀 만에 숨졌다.

화재 당시 “아들같은 사람이 집에서 나온 뒤 불이 났다”는 이웃 주민들의 진술에 따라 김 씨는 용의자로 지목됐지만 그의 부인 백 모(35·여) 씨가 “집에 함께 있었다”고 증언해 혐의를 벗어났었다.

김 씨는 경찰조사에서 “허리수술을 한 어머니가 아프다는 말씀을 자주하셨다”고 진술해 경찰은 자살 쪽에 무게를 두고 부모가 동반자살한 것으로 잠정 결론내렸었다.

김 씨는 부모를 살해할 때 휘발유를 구입해 차에 싣고 다니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씨가 범행 뒤 도주 경로 등의 진술이 제보자의 증언과 일치하고 휘발유 구입처 등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편 김 씨는 지난 27일 새벽 1시께 옥천군 옥천읍 자신의 아파트에서 4000만 원이 넘는 카드빚을 진 아내의 낭비벽에 불만을 품고 수면제와 술을 먹인 뒤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잠에서 깨 울던 두살배기 딸을 목졸라 죽인 혐의로 구속됐다.

김 씨는 아내와 딸을 살해한 뒤 범행을 숨기기 위해 이날 새벽까지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신 뒤 집으로 돌아와 강도가 든 것처럼 경찰에 허위 신고했지만 이 같은 사실을 1시간 가량 지연 신고하면서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옥천=황의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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