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중앙공원을 찾은 노인들이 모여 윷놀이 도박을 즐기고 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새벽에 내린 비로 더위가 한풀 꺾인 6일, 청주중앙공원에 100명이 넘는 노인들이 7~8명 씩 모여 도박판을 벌인다.

ㅤㅇㅜㅊ놀이와 화투가 끝날 때마다 노인들 사이에 돈이 오고간다.

잃은 돈을 놓고 욕설을 하며 승강이를 벌이는 노인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주위에는 담배꽁초와 빈 술병이 어지럽게 널려있고, 노인들에게서 술 냄새가 진하게 난다.

오후 들어 노인의 숫자가 늘면서 짙은 화장의 50대 후반 여성이 벤치에 앉아있는 노인 옆으로 다가간다.

귓속말을 나눈 뒤 여성과 노인은 유유히 공원 옆 여관골목으로 사라진다.

충북 청주지역 대표적 녹색공간인 중앙공원의 현주소다.

날마다 도박판이 벌어지고 있고,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도 버젓이 행해지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않고 있다.

중앙공원의 불·탈법 행위가 수년간 문제로 되풀이 되고 있지만 개선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성안길상점가상인회 관계자는 "중앙공원의 이미지가 손상되면서 공원 주위 상가들의 매출에도 심각한 피해를 주는 실정"이라며 “매일 도박판이 벌어지고 술냄새가 나는 공원 주위에 누가 오고 싶겠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병들고 있는 중앙공원 환경 개선에 대한 시민과 주위 상인, 각계각층의 요구가 끊이지 않자 사회복지기관이 발 벗고 나섰다.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은 지난 4일 신노인문화 창출을 위한 '살맛나는 중앙공원 이동복지행사’를 열었다.

100여 명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이 행사는 사물놀이와 이·미용봉사, 일자리 상담 등을 통해 공원을 새로운 노인문화의 장소로 바꾸기 위해 마련됐다.

이 기관은 앞으로 청주상당보건소, 청주알코올상담센터, 충북노인보호전문기관, 청주시청 공원녹지과, 청주한방병원, 청주시 일자리수행기관 등과 함께 중앙공원의 이미지 개선에 앞장선다.

이날 행사를 놓고 일부에선 과연 얼마만큼의 개선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과 지속적 노력으로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공원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기대감이 맞물리고 있다.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46) 씨는 “수년간 방치돼 불법행위가 고착화됐는데 이번 행사로 얼마나 효과를 얻을 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나타냈다.

다른 상인 박모(54) 씨는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각 기관·단체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노력한다면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영억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 장은 "지속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노인들이 중앙공원에 모이는 이유를 파악하고 있다"며 "일회성에 그치는 행사가 아닌 노인 성상담, 알코올상담, 일자리 상담 등 지역사회와 연계한 프로그램 계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홍성 청주YMCA 사무총장도 "공원을 찾는 노인 10명 중 7명은 여가를 보낼 곳이 없어서 공원을 찾는다는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노인들의 여가시간 활용을 위한 노래교실, 댄스교실을 더욱 활성화 시키고, 외국어와 컴퓨터 교실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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