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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서적으로 기록되기 이전에 좌우 이데올로기를 극복한 최초의 시집!’
‘지리산 뻐꾹새’의 시인 송수권(70)이 통일한국 100년을 예언하며 쓴 장편서사시집 ‘달궁 아리랑’은 빨치산의 역사를 전면적으로 다룬 대한민국 최초의 대서사시집이다.
그동안 빨치산의 역사는 이병주의 ‘지리산’, 조정례의 ‘태백산맥’, 이태의 ‘남부군’과 동명의 영화, 서정춘, 오봉옥의 서사시 ‘봄, 파르티잔’, ‘검은 산 붉은 피’ 등이 있었지만 이처럼 빨치산을 장편 서사시의 형식으로 다룬 적은 없었다.
‘서시’로 시작하는 이 시집에는 원고지 700장 분량, 28편의 달궁 아리랑 연작이 실려있다.
1975년 등단 이후 어느 누구보다도 남의 말과 그 판소리 가락으로 대한민국 서정시의 진수를 선보여 온 송 시인이 고희를 맞아 수많은 자료 수집과 지리산 골짜기 현장검증을 거쳐 대작을 내놓은 것이다.
좌익과 우익,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어 빨치산을 바라본 이 책은 지난날 어두운 역사에 묻혀 있었던 ‘빨치산의 문제’를 정면에 내세워 현재의 시간 속으로 생동감 있게 이끌어 내고 있다.
시상과 서서를 이끌어가는 인물은 역사의식이 투철한 시적 화자인 ‘나’이며, 바로 그 ‘나’는 ‘달궁 에미’와 ‘피아골 뱀노인’ 같은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리산을 중심으로 한 빨치산의 투쟁과 몰락을 흥미롭게 전한다.
특히 남부군 사령관 ‘이현상’에 관한 이야기나 토벌대장 ‘차일혁’의 이야기, 그리고 토착 주민들의 기구한 일화 등은 실제 역사를 통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또한 작가는 남도 특유의 판소리가락과 연극적인 요소 등을 인용한 ‘시상시상’, ‘섬마섬마, 잼잼잼’ 등의 귀절을 적절히 배치해 서사적인 지루함을 극복하고 절묘한 운율적 효과를 선보이기도 한다.
문학평론가이자 교수인 충남대 이형권(국문학과) 교수는 “달궁 아리랑은 독자들에게 빨치산의 비극을 활달한 시상과 밀도 높은 서정으로 재발견케 하는 감동의 보고”라며 “한국시가 잃어버렸던 가열찬 역사성, 혹은 오롯한 문학성의 귀한을 의미하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김대환 기자 top7367@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