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지역 자치단체장들이 각종 비리혐의로 잇따라 사법처리되거나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지역민들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수뢰 및 여권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된 민종기 당진군수의 도피행각은 ‘잡범’보다 못한 행각이었다며 엄벌을 촉구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충북에서는 한용택 옥천군수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에 이어 김호복 충주시장이 선거법위반 혐의로, 이향래 보은군수가 수뢰혐의로 각각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민종기 당진군수는 2005~2008년 100억 원대의 관급공사 7건을 특정 건설업체에 몰아주고 건축비 3억 원 상당의 별장을 뇌물로 받은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나 검찰에 수사의뢰되자 지난달 24일 인천공항에서 해외로 도피하려다 실패, 도주했다가 지난달 28일 검거됐다.
민 군수는 특히 인천공항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건설업자 손모(56) 씨의 여권에 자신의 사진을 붙이는 수법으로 위조한 여권을 이용해 출국을 시도하기도 했다.
민 군수가 보였던 ‘기막힌 행적’을 놓고 군민은 물론 출향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김모(36) 씨는 “민 군수의 비리 내용에도 놀랐지만 이후의 행적이 더 창피하고 화가 난다”며 “단체장이라는 사람이 ‘잡범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비난했다.
이향래 보은군수는 재직 기간 기능직 공무원 남매를 채용하면서 그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다.
이 군수는 지난달 보은군 골프장 건설과 관련해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로 구속된 군 중견 공무원 이모(55) 씨와 관련설이 줄곧 제기돼오는 등 구설수에 올랐다.
김호복 충주시장도 선거법위반혐의로 고발돼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김 시장은 지난해 10월 도내 지역 일간지 기자 등에게 서울의 한 가요주점에서 향응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시장에게 향응을 받은 A 기자와 고발자인 B 씨 등을 불러 사건 경위 등을 조사했으며, 조만간 김 시장을 불러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앞서 한용택 옥천군수도 수억원대의 '승진 상납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23일 구속됐다.
한 군수는 친인척과 측근 공무원 명의의 차명계좌 15개를 운용하면서 사무관 승진이나 청원경찰 채용 대가로 수십여명으로부터 수천만원씩을 받아 챙긴 혐의다. 한 군수는 특히 뇌물관리에 있어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아들까지 동원한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드러났다.
각종 비리로 낙마하거나 사법처리되는 단체장들이 줄을 이으면서 이들에 대한 도덕적 비난이 거세지고, 혹시 지역이미지 추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김모(54·옥천군) 씨는 “단체장들의 범행수법을 보면 마치 범죄훈련을 받은 것처럼 치밀하고 대담하다”면서 “개인적 비리로 인해 지역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 앞서고 수치감마저 느낀다”고 토로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