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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학교에서나 식당 등에서 시끄럽고 산만하게 구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들 중 일부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질환일 수 있다. 이는 잘못된 양육법보다는 유전적 원인이 더 크다고 한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 ||
유난히 부산해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다른 아이보다 시끄럽고 친구들과 놀 때에도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지 못해 무례한 행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책상과 식탁, 상자 등을 타고 오르려고 하는 등 학교와 유치원 선생님으로부터 ‘통제가 안 되는 아이’라는 낙인이 찍히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 중 일부는 진찰 결과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Aff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esorder)’ 질환으로 판정되는 경우가 있다. 건양대병원 정신과 이기환 교수의 도움말로 ADHD에 알아본다.
◆주의집중력 결핍
이 질환을 가진 아이들 중에는 지능이 남보다 뛰어난 아이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문제는 그 지능을 발휘하기 위한 주의집중력 결핍에서 온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아이들은 45분 간의 수업시간을 의자에 앉아 있어야 한다. 또 각종 받아쓰기와 읽기 등 주의집중력을 요하는 숙제 등을 해야 한다. 하지만 ADHD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은 이 같은 학업수행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받아쓰기 숙제는 줄이 안 맞고 삐뚤삐뚤하며, 조사나 어미 등이 빠져 있는 경우도 많다. 그 외에도 수업시간에 다른 아이들을 건드린다거나,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등의 과잉행동을 보이는 수가 많다. 지능이 높아서 어느 정도 학업을 따라가는 아이라고 하더라도 성적에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잘못된 양육법보다 유전적 원인이 더 커
이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를 둔 부모는 ‘양육법에 문제가 있나, 정신과에 데려가야 하나’ 등 심각한 갈등에 빠지게 된다. 또 아이 문제로 부부간에 갈등을 겪는 경우도 많다. 현재까지 이 질환의 발생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잘못된 양육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유전적 요인과 뇌의 생화학적 이상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약물치료가 대표적인 치료법
ADHD에 대한 치료법으로는 주의집중에 관계되는 신경전달 물질에 작용하는 약물치료가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약물작용 시간이 4~6시간으로 짧아 하루 2~3번 복용해야 했으나 최근에는 한번만 복용하는 약들이 나와 있다. 약물치료 외에도 가정과 학교에서 지켜야 할 생활치료는 △병에 대해서 바르게 이해할 것△아이가 수행할 수 있는 단기적인 과제를 주고 잘 수행했을 경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주위 환경을 단순하게 하고 산만한 장식과 소음은 제거한다. △분명하고 짧게 지시하고 감내 할 수 있는 과잉행동에는 너그러움을 보인다.
이 질환은 중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면 60% 정도는 과잉행동 증상이 감소한다. 그러나 15~20%의 아동은 이러한 주의력 결핍 증세가 성인까지도 이어진다. 초등학교 시절에 적절하게 치료받지 못한 아동들은 기초학력이 부실하고 자신감 결여와 우울증 등의 합병증도 유발할 수 있다. 나아가 중학생 이후 과잉행동 증상이 다소 호전된다 하더라도 청소년기의 불안정성과 맞물려 더욱 심각한 청소년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단계별 ADHD 전개 과정은
유아기는 △용변훈련의 어려움과 △과도한 활동성 △신경질 증가 등의 증상이 대표적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이전에는 △주의집중 시간이 짧으며 쉽게 산만해지고 △다치기 쉬운 분별없이 무모한 행동을 자주 한다.
초등학교 시기에는 △충동성과 자기 통제력 결여와 △주의 집중 시간이 짧고 △학업에 집중하거나 끝을 맺지 못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청소년기에는 △자존심이 낮고 △사회적 기술과 문제해결 해결 능력 부족 △정리, 정돈을 잘 하지 못한다.
성인기에는 △알콜과 약물 남용 위험이 크고 △불안감이 높고 사회성이 서툴러 30~40% 만이 정상적으로 적응하고 있다.
건양대병원 정신과 이기환 교수는 “ADHD 증상이 있는 아동을 둔 부모들의 경우 정신과를 금기시하는 사회 풍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집이나 학교에서 적지 않은 고생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ADHD 증상이 있는 아이들은 적절한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받을 경우 크게 호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일순 기자 ra115@cctoday.co.kr
도움말=건양대병원 정신과 이기환 교수
美정신의학회 ADHD 진단기준
최근 6개월 간 아래 문항 중에서 6개 이상 증상이 지속적으로 보였을 경우에는 ADHD로 의심해 볼 수 있다.
◆주의력 결핍
△학교수업이나 일 또는 다른 활동을 할 때, 주의집중을 하지 못하고 부주의로 자주 실수한다. △과제나 놀이를 할 때 지속적으로 주의집중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다른 사람이 말할 때 귀기울여 듣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과제나 활동을 체계적으로 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지속적인 정신적 노력을 필요로 하는 과제를 하기 싫어하거나 안 하겠다고 저항한다. △한 장소에서 지시에 따라서 하던 일을 끝마치지 못한다.(학교활동, 집안 일, 숙제 등) △과제나 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것들(장난감, 연필 등)을 자주 잃어버린다. △외부 자극이 있으면 쉽게 주의가 분산된다.
◆과잉행동, 충동성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손발을 계속 움직이거나 몸을 꿈틀거린다. △수업시간 등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닌다. △상황에 맞지 않게 과도하게 뛰어다니거나 기어 오른다. △조용히 하는 놀이나 오락 활동에 참여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마치 모터가 달려 있어 ‘돌진’하는 것처럼 지속적으로 움직인다. △말을 너무 많이 한다. △질문을 끝까지 듣지 않고 대답해버린다. △자주 다른 사람을 방해하고 간섭한다.(대화나 게임 중 불쑥 끼어 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