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내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구제역 발생으로 돼지·소 값이 일제히 하락한데다 지난 2년간 풍년으로 생산량이 늘어 쌀값이 떨어지고, 일조량 부족과 냉해로 채소 등의 출하량까지 줄어들면서 삼중고를 겪고 있다.
◆구제역 비상
인천 강화지역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충주로 확산되면서 충북도내 축산 농가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28일 청주축산농협에 따르면 지난 26일 돼지(1kg 지육단가)의 전국 평균가격은 3800원으로 열흘 전(4120원)보다 5.79% 떨어졌고, 한우 수소(1kg 지육단가)도 1만 5360원으로, 열흘 전(1만 7426원)보다 13.4% 하락했다.
구제역 발생이 가격하락으로 이어진 셈이다.
실제 도내에서 이미 돼지 9544두, 한우 1142두, 젖소 427두 등 총 1만 1519두를 살처분했으며, 앞으로도 살처분 두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살처분 농가의 피해액에 대해 정부가 전액 시가로 환산, 100% 보상해 주고 있지만 사육에 들어간 사료비와 투자비용은 보상해 주지 않고 있다.
특히 소의 경우 1등급부터 3등급까지의 등급제를 무시한 채 산지가격으로 보상액을 산정해 소 농가의 피해는 더욱 크다.
청원군에서 돼지와 소를 사육하는 서 모(58) 씨는 "돼지 값이 지난해보다 최소 kg당 800원 이상 떨어진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며 "3월부터 7월까지 돼지와 소 값이 가장 좋아야 할 때지만 구제역 때문에 가격이 오를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심상치 않은 쌀값
쌀값 인상 시기임에도 되레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충북도에 따르면 이달 전국 산지 미곡종합처리장(RPC)의 평균 쌀 출하가격은 한 가마 기준으로 13만 564원이다. 지난해 4월(16만 864원)보다 3만원(18%) 이상 떨어진 가격이다.
쌀값은 11월부터 하락세를 보이다 해가 바뀌고 새로 수확한 쌀의 공급량이 감소하는 3월부터 다시 인상되는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올해는 단경기에 접어들어서도 쌀값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 2년간 풍년이 계속되면서 지난해 쌀 생산이 7만 톤 가량 늘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쌀값 폭락을 예상하고 지난해 20만 톤을 시장 격리 시켰지만 쌀값은 안정되지 않았다. 결국 다음 달 추가로 10만 톤을 수매할 예정이다.
◆때 아닌 냉해 피해
올해는 유난히 일조량 부족과 냉해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28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의 일조량은 지난 30년 평균보다 22%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잦은 강수로 인한 일조량 부족이 저온현상으로 이어지면서 농가 비닐하우스 작물 뿐 아니라 난방이 되는 시설재배도 피해를 입고 있다.
28일 충북도 원예특작팀에 따르면 일조량 부족으로 피해를 입은 도내 농가는 97.77ha으로, 방울토마토가 35.03ha, 딸기 14ha, 수박 12.7ha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 14일 내린 강풍과 진눈깨비로 만개한 복숭아꽃이 얼어붙으면서 복숭아 농가의 피해도 컸다.
도 관계자는 "다른 해에 비해 올해 농가들의 피해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피해보상을 위한 기준치를 넘지 않아 재해에 해당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세영 기자 fafamamagirl@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