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그룹(대표이사 정용진)의 대전진출이 가시화되면서 대전지역 유통가가 들썩이고 있다. 어떤 형태의 유통시설이 들어서냐에 따라 대전지역 ‘유통지도’가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 백화점 등 신세계와 경쟁을 해야 하는 업체들은 새롭게 들어설 복합유통시설의 형태와 신세계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면서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명품 아울렛 첼시…대전유치 가능할까

유통가의 관심은 새로 조성될 복합유통시설이 어떤 형태가 될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내용물’이 무엇이냐에 따라 지역 유통가에 미칠 파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2년 여 전부터 세계적인 명품 아울렛인 신세계 첼시 대전 유치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26일 박성효 대전시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체결한 양해각서에는 ‘첼시’에 대한 언급 대신 ‘프리미엄 아울렛+알파(엔터테인먼트 시설 등)’라는 항목이 삽입됐다.

‘첼시가 아닌 다른 형태의 쇼핑몰이 들어설 수도 있다’는 얘기로 대전지역 유통업계가 긴장(?)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전지역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세계가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첼시의 대전유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고 결국 백화점, 아울렛, 대형마트에 엔터테이먼트시설을 갖춘 형태가 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지역 유통업계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즉 명품브랜드로 구성된 신세계 첼시가 대전에 입성할 경우 기존 유통점과의 차별화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경쟁만 부축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시는 ‘프리미엄 아울렛 외’에는 대안이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의 한 관계자는 “지역 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차별화된 컨셉의 유통시설 유치가 궁극적인 목표”라면서 “신세계 측에 제공할 부지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입점하기 적합한 곳이 아니다. 신세계가 개발 계획을 제출했을 때 만일 염려했던 상황이 발생한다면 부지제공을 철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복합유통시설 개발 양해각서…첼시 선택 압박하는 카드 될까

대전시와 신세계가 체결한 양해각서(MOU)는 법적 효력은 없지만 서명 당사자 간 강제적 규약 성격을 갖게 된다. 특히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선 이후 처음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복합유통시설 개발에 대한 전망은 밝은 편이다.

또 신세계 첼시 한국법인이 운영하고 있는 여주의 경우처럼 이미 부지확보가 이뤄진 만큼 적어도 이번 MOU 체결이 신세계 첼시의 선택을 재촉하는 압박카드 역할은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 그룹의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주식상장으로 7000억 원 정도의 현금 여유가 생겼고, 정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뛰어든 이후 처음 추진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결과물을 만들게 될 것”이라면서 “최악의 상황(첼시 유치 실패)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항룡 기자 prim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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