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화사한 봄은 많은 사람들이 반기는 계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차라리 겨울보다 못하다. 겨울보다 더 눈과 코를 괴롭히고, 숨도 차게 하기 때문.
봄이 반갑지 않은 원인은 바로 계절성 알레르기에 있다. 황사가 시도 때도 없이 서해를 건너와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은 미세먼지로 얼룩져, 신종플루 때처럼 또 마스크를 챙겨야 하고, 눈물을 닦을 손수건도 잘 준비해야 한다.
황사만 문제가 아니다. 시멘트와 아스팔트, 공장과 자동차로 메워진 우리 환경은 공해물질로 뒤덮여있다. 그래서 일교차가 큰 봄에는 황사로 인한 미세먼지와 도시공해가 범벅이 되어 스모그를 형성한다.
◆3~4명 중 1명 알레르기 환자
게다가 인스턴트식품이 많아지면서 각종 식품 첨가제와 방부제를 매일 먹고,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개인위생을 잘 챙기다 보니 면역 T세포가 세균 잡을 일도 뜸해져, 거꾸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2형 T세포군으로 바뀌는 묘한 일도 생겼다.
이렇듯 환경의 변화와 인체의 변화가 겹쳐 우리나라의 알레르기 환자 수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벌써 서너명 중 한명은 뭔가에 알레르기를 보이는 알레르기 대국이다.
알레르기질환은 사계절 내내 발생되는 통년성 알레르기와 특정한 계절에만 발생되는 계절성 알레르기가 있다. 통년성 알레르기는 집먼지 진드기, 바퀴벌레, 동물의 털이나 비듬, 곰팡이 같은 실내 흡입 항원이 주원인이다. 곰팡이 알레르기는 계절성 또는 연중 내내 나타날 수 있다.
◆계절성 알레르기 범인 '꽃가루'
계절성 알레르기 주원인은 '꽃가루(화분)'다. 꽃은 수정방법에 따라 풍매화와 충매화로 나뉜다. 충매화는 화사한 색깔과 향기로 벌이나 나비를 유혹하여 꽃가루를 전파시킨다. 대부분의 봄꽃이 충매화에 속한다. 풍매화는 충매화보다 입자가 작고, 생산량이 많고, 꽃가루가 바람에 멀리 잘 날아갈 수 있도록 공기주머니를 갖고 있다. 계절성 알레르기는 바로 이 풍매화의 꽃가루에 의해 생기며, 화분증이라고 한다.
꽃가루를 흡입하거나 접촉한다고 해서 누구나 알레르기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알레르기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이 대개 3년 이상 연속해서 동일한 꽃가루 항원에 노출되면 알레르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봄엔 나무, 가을엔 잡초
우리나라 계절성 알레르기는 봄, 가을에 절정을 이루는데, 봄에는 수목화분, 가을에는 잡초화분에 의해 발생된다. 수목화분은 2월 중순부터 오리나무, 개암나무를 선두로, 4월 이후엔 자작나무, 소나무, 느릅나무, 버드나무, 포플러, 참나무, 단풍나무, 개서나무, 뽕나무, 가래나무, 아카시아나무 등에서 꽃가루가 날린다. 참고로 버드나무나 아카시아에서 날리는 솜털 같은 것은 꽃가루가 아니라 씨앗으로 알레르기를 유발하지 않는다.
잡초화분은 쑥, 돼지풀, 미역취 등으로 대표되는 국화과 식물, 환삼덩굴(삼과), 비름과 식물인 명아주, 비름 등이며, 가을에 절정을 이루고, 11월 하순까지 기승을 부린다.
◆맑고 건조한 날 이른 아침 조심
대기 중 꽃가루 농도가 높은 시간대는 새벽 5시부터 오전 10시까지다. 비가 오면 농도가 감소하고, 건조하고 바람 부는 날이면 증가하므로 맑고 건조한 날 오전에 가장 증세가 심할 수 있다.
환자의 상당수는 집먼지 진드기나 바퀴벌레 같은 실내 흡인항원에 감작(항원에 대하여 민감한 상태로 만듦)이 되어 있으므로, 사계절 내내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다가 꽃가루가 날릴 때 화분증 증상이 겹쳐 좀 더 심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코와 눈 증상으로 신호
가장 흔한 증상은 비염 증상. 줄 재채기가 가장 먼저 나타난다. 콧속이 허는 느낌이 동반되기도 한다. 저절로 재채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먼지가 많은 곳이나 담배 연기와 같은 자극성 물질, 바람 등에 갑자기 노출되면 발작적으로 재채기를 한다. 많은 양의 콧물도 흐르는데 물같이 맑다. 재채기와 콧물로 한동안 고생하면 코막힘 증상도 나타나는데 이때 재채기는 뜸해진다. 코막힘이 심해지면 냄새도 못 맡고, 음식 맛도 모르게 된다. 코와 귀의 연결관이 막히면 귀도 아프고, 잘 들리지 않는다. 눈의 증상도 흔하다. 간지럽고, 눈곱이 끼거나 눈물이 많이 나며, 이물감을 느낀다.
꽃가루는 주로 코에 걸려 비염 증상을 가장 많이 일으키지만, 폐로 전달되면 천식을 일으켜 만성 기침이나 호흡곤란증을 보이기도 한다.
◆알레르기 치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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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알레르기가 있다면, 대개 1월부터(6~8주전부터) 비강 또는 구강흡입 스테로이드를 하루 1~2회 사용하고, 항히스타민제 등을 필요 시 복용해야 한다. 눈질환이 있다면 미리 안과를 방문하여 처방을 받는 것이 좋다. 치료는 계절이 끝날 때까지 지속한다. 평소 면역치료는 가장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김용훈 교수
제공=순천향대 부속 천안병원 호흡기내과
꽃가루 피하는 방법
△가정이나 차안에선 창문을 닫는다. △이른 아침과 오전에는 야외 활동을 줄인다. △꽃가루 농도가 높은 날은 실외활동을 삼간다. △빨래는 실내에서 건조시킨다.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외출 시 선글라스를 끼고, 귀가 후엔 샤워 후, 새 옷을 갈아입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