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충북 옥천군 인사비리와 관련해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한용택(61) 군수가 20일 경찰에 피의자신분으로 소환돼 장시간 조사를 받았다. <본보 19일자 1면·20일자 5면 보도>
충북지방경찰청 수사과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별관 2층 광역수사대 사무실에서 한 군수를 상대로 10시간 이상의 걸친 강도높은 조사를 벌였다.
◆수사 초점은?
경찰은 한 군수의 측근 공무원과 주변 인물들 명의로 수억원이 든 여러 개의 차명계좌를 운용해 왔다는 제보를 접하고 2개월간 수사를 진행해왔다. 경찰 수사의 핵심은 한 군수가 차명계좌로 돈을 관리했다는 것보다는 직원들로부터 승진 대가로 돈을 받았는지 여부다.
경찰은 그동안 참고인 조사를 통해 한 군수가 인사철이 다가오면 승진 대상자를 사무실로 불러 은연 중 압력성 발언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를 뒷받침할만한 정황과 관련자 진술을 이미 확보한 경찰이 이날 한 군수를 소환조사한 것은 사법처리를 앞둔 막바지 수순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수사 확대되나?
경찰 수사의 확대여부도 관심사다. 지역정가에서는 이미 한 군수가 관리한 수억 원 중 일부 금액이 지역의 특정 정치인에게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짙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돌고 있다.
한 지역인사는 “정가 안팎에서는 이미 특정인사의 개입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며 “경찰 수사가 한 군수를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끝날지, 확대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 군수가 경찰소환을 앞두고 6·2지방선거 불출마를 결정한 게 일부에서 제기되는 특정인사가 개입된 '새로운 비리' 때문이라는 추측까지 나오면서 경찰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공직사회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향후 사법처리는?
경찰은 한 군수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죄질이 중하다는 점에서 당초 긴급체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현직 군수라는 점을 감안, 일단 귀가시킨 뒤 내부검토를 거쳐 사전구속영장 신청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참고인 조사와 계좌추적 자료, 압수수색 등을 통해 한 군수의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를 이미 확보한데다 한 군수가 현직 신분이다보니 ‘증거를 없애거나 자취를 감출 우려’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 군수의 혐의가 입증될 경우 뇌물을 건넨 공무원과 차명계좌를 만들어 준 것으로 알려진 한 군수의 친인척도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커 줄줄이 입건되는 사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옥천군 분위기 술렁
군수의 소환조사로 옥천군청은 하루종일 술렁였다.
평소 친근하고 소탈한 업무스타일로 군정을 이끌어 왔다는 평을 받은 한 군수가 수십 개의 차명계좌로 승진 상납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자 안타까움을 나타내는 한편 일부 공무원들사이에서는 ‘올 것이 오고 말았다’는 분위기를 보이기도 했다.
한 공무원은 "한 군수가 승진시킨 사무관 13명과 청원경찰 8명 등이 모두 경찰에 불려간 뒤 돈을 건넨 일부 공무원 이름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며 "하루빨리 수사가 마무리돼 조직이 안정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군수의 소환조사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주민들도 ‘정직한 단체장인줄 알았는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황의택·하성진 기자 missman@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