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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진짜 도둑이고, 누가 가짜 도둑인가.
오늘 우리 사회는 과연 각자가 맡은 역할에 충실한 사회인가.
의사가 응급환자를 거부하고, 경찰이 시민을 폭행하고, 정치하는 이들이 개인과 당파적 이익 외에 나라 살림은 안중에도 없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을 불신하며 의혹의 눈으로 서로를 감시하며 살아야 하는가.
도둑을 통해 소시민의 삶과 애환, 꿈을 그리며 세상의 부조리를 코믹하게 풍자한 연극이 무대에 올려진다.
극단 시민극장이 창단 40주년 기념으로 오는 5월14일까지 씨어터제이에서 공연하는 ‘마술가게’(이상범 작)는 도둑과 도둑이 물고 물리며 뒤엉키는 연극이다. 돈을 훔치려고 의상실을 침입했다가 우연히 마주치는 두 도둑, 이들이 요즘 사회에 대해 거침없이 욕을 퍼붓는다.
베테랑 늙은 도둑과 가수를 꿈꾸는 젊은 도둑. 두 사람은 정당한 대우와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사회에 불만을 표시하고 사회 고위층의 부정과 비리를 비판한다.
‘마술가게’는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종합선물 셋트 같은 작품이다. 복잡한 세상에 던지는 한마디,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 웃음에 섞인 냉소가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이 연극에는 정교한 연극성을 추구하는 중요한 도구로 마네킹이 등장한다. 도둑과 함께 작품에서 살아 움직이는 마네킹은 큰 의미를 부여한다. 시종일관 무대에 존재하면서 무대를 이어가고 또 방해하기도 한다. 해설자일 수도 있고, 무대의 주인일 수도 있다.
세태를 풍자하는 탄탄한 스토리와 볼거리, 마네킹과 함께 벌이는 다양한 춤과 노래 등 과감한 연극적 장치가 신선한 감동을 준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이 갖는 묘미는 오늘의 사회적 세태와 구조적 모순을 익살스럽고도 풍자적으로 드러내 준다는데 있다.
일상적인 말의 감각이나 말투를 되도록이면 살려내면서 생생한 체험의 언어, 현실적인 감각이 충만한 언어, 그러면서도 극적인 행동과 분위기가 넘치는 절제된 언어 구사에 작가의 노력이 엿보인다.
총감독 정일원, 제작 장남수, 연출 장경민, 출연 이계택 윤종수 윤원기 최경옥 전신영 이종욱.
공연 평일 오후7시30분, 토요일·공휴일 오후5시, 일요일 공연없음. 문의 043-256-3338
이현숙 기자 leeh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