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경찰의 ‘언론브리핑’이 줄을 잇고 있다.

일선 경찰서에서 해결한 사건 수사결과를 이례적으로 경찰서장이 직접 나서서 발표하는 등 대대적인 ‘홍보작전’에 나서고 있다.

경찰이 대형사건도 아닌 단순절도사건을 놓고 전례없이 홍보활동에 ‘목 매는’ 이유는 뭘까.

충북경찰은 최근 3명의 여성을 납치·살해한 '연쇄살인마'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다는 비판과 수뢰혐의를 받는 경찰간부의 구속 등 악재가 겹쳤다.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바닥을 칠만큼 곤혹스런 처지에 놓이자 언론브리핑을 통해 비난국면을 벗어나려는 ‘물타기’ 의도가 높다는 게 경찰안팎의 지배적인 시각.

충북경찰은 지난해 9월 ‘청주 무심천 장평교살인사건’ 피해여성의 신용카드가 2차례나 사용됐음에도 부정계좌로 등록하지 않아 용의자를 제때 검거하지 못한데다 용의자 인상착의가 뚜렷한 사진을 확보하고도 신속히 수배하지 않아 추가 살인사건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수사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경찰 비판론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경찰 간부가 수뢰혐의로 검찰에 구속되자 충북경찰의 침체 국면은 장기화 조짐을 보였다.

이후 국면전환용 사건관련 언론브리핑이 줄을 이었다.

청주흥덕서는 지난 13일 전국의 빌라와 아파트 등에서 100여 차례에 걸쳐 금품을 훔친 일당을 구속한 ‘빈집털이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4억 원대 절도사건을 해결했다는 점에서 경찰 안팎의 분위기는 긍정적이었다.

논란은 편의점 강도사건과 금은방 절도사건. 청주지역 편의점 4곳에서 강도짓을 한 용의자가 검거되자 경찰은 부리나케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연인원 1130명을 동원한 경찰이 5일 만에 용의자 1명을 가까스로 검거하고도 이례적으로 경찰서장이 직접 브리핑을 하자 경찰내부에선 의아해하는 분위기였다.

8일 금은방 절도사건 브리핑은 촌극을 빚었다. 귀금속을 훔친 일당을 붙잡은 경찰은 장물아비 검거에 애를 먹을 수 있다며 언론사에 '엠바고(Embago·보도유예)'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동과 여성을 상대로 한 납치사건도, 검거해야 할 공범들이 무더기로 있는 대형사건도 아닌 이유도 있지만 이날 엠바고는 이튿날 예정된 언론브리핑을 위한 시간벌기용이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8일 ‘환영받지 못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참석률은 저조했다.

한 경찰관은 “연일 비판을 받아오다보니 경찰입장에서는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다”며 “충분한 검토와 내부의견을 수렴한 뒤 (브리핑 여부를) 결정했어야 하는데 마음이 앞섰던 것 같다. 브리핑에 목숨 걸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전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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