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할 때는 대충 물어보고 가입시킨 다음에, 해지하거나 보험료를 청구할 때는 조목조목 꼬투리를 잡으려고 하더군요.”

이모(38·대전시 유성구) 씨는 최근 모친 김 모(61)씨가 임의로 가입한 실버보험을 해지하느라 한바탕 소동을 벌여야 했다.

지난 2004년 김 씨는 뇌출혈로 병원에 3주가량 입원을 했고, 이후 줄곧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었지만, 올 초 보험 가입이 승인됐기 때문이다.

이 씨가 가입 당시 상황을 알아본 결과 전화상의 문답을 기반으로 가입 절차가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모든 과정이 통과된 것이다.

실제 가입당시 상담원이 물어본 발병 최근 5년 이내, 투약 50일 이상 등 중요 항목에 불승인 요소가 없는데다, 간단하게 물어보고 답하는 전화가입 특성상 자초지종을 설명하기도 어려웠다는 것.

게다가 보험사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실버보험임을 강조하면서 중풍과 암 등 노인성 질환 보장을 부각시켰기 때문에 김 씨는 더욱 헷갈릴 수 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이 씨가 보험을 해지하려 했지만, 보험사측은 해지 기간이 지난 점 등을 들어 손해가 갈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이 경우 당초 계약 당시부터 법적 효력이 없는 원인무효 상황으로 가입자는 납입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보험사측은 “뇌출혈은 거의 모든 보험 상품에서 가입 거부 대상”이라며 “아마도 간편청약서로 인해 발생한 착오 같다”고 궁색한 변명만 늘어놨다.

갈수록 보험사들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간편청약서를 통해 일단 가입시키고 보자는 행태가 보험업계에 만연하고 있다.

이렇게 불완전한 상태로 가입이 될 경우 고객은 나중에 보험료를 청구하는 과정에서 ‘고지 의무 위반’을 주장하는 보험사에게 꼼짝없이 당하기 일쑤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계약 해지 및 기납입보험료 환급 등을 요구하는 '보험모집' 관련 민원은 1만 2579건으로 전년 대비 57.7%나 급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의 청약과 승낙이 전화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불완전 계약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전화상으로 가입을 했더라도 반드시 약관을 확인하고 궁금한 것은 즉시 문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형·이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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