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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대는 지난 24일 발행된 ‘한남대신문’ 제934호를 25일 오후 배포한 뒤 다음날인 26일 갑작스럽게 배포된 신문을 회수했다.
총 1만부가 제작된 한남대신문은 외부 발송용 2000부를 제외한 8000부가 교내 도서관과 단과대, 학생회관 등에 배포됐지만 하루만에 4000부가 회수돼 학생들은 의아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이미 제작돼 배포까지 마친 학보가 회수된 사례는 전국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렵고 군부독재 시절을 제외하고는 지난 1957년 창간된 한남대신문 역사에서도 없었던 일이다.
이처럼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학보 회수 사건이 발생하자 학생들 사이에선 회수 이유가 ‘기사 내용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회수 조치된 한남대신문 934호에는 1면 ‘등투(등록금 투쟁) 반짝 행사에 머물러’라는 제목의 머릿기사와 2면 ‘등록금 인상도 서러운데 추가비용까지’, ‘정정기간 중 교양 사고팔기 성행’, 3면 ‘부실한 학내 치안, 불안에 떠는 여대생’ 등 학생 자치기구와 학교, 학생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기사가 게재됐다.
1면과 2면 기사는 지난 1월 지역 대학 중 유일하게 등록금을 3.3% 인상한 한남대가 가장 민감하게 여기고 있는 등록금 인상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어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1면 머릿기사의 경우 당초 공약과 달리 등록금 인상과 관련해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는 총학생회를 비판하며 등록금 투쟁 재개를 촉구하고 있어 등록금 인상 후유증을 덮어가고 있는 학교 측으로선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더욱이 한남대는 지난 1월 등록금 책정 과정에서 총학생회와 협의를 마치기도 전에 이미 인상된 등록금 고지서를 신입생들에게 발송해 물의를 빚은 바 있어 자칫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경우 ‘인상액 환급’과 같은 학생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대학 4학년에 재학중인 한 학생은 “등록금과 관련해 총장 심기가 불편한 내용의 기사가 실린 것이 이유가 아니겠느냐”며 “지금이 군부독재 시절도 아니고 자기 마음에 안드는 기사가 실렸다고 신문을 회수하게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김형태 총장은 학생들의 소리에 귀기울일 의지가 있는 사람이냐”고 격분했다.
한남대를 졸업한 동문 A 씨도 “대학 학보는 학교의 입맛에 맞는 기사만 싣는 홍보지가 아니라 학교 발전을 위해 건전한 비판을 하는 공공의 도구”라며 “잘못을 지적하고 개선하자는 학생 기자들의 사명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무시하는 대학의 치졸한 행태가 동문으로서 너무나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남대신문 주간교수는 “회수 이유를 주간교수로서 답할 수 없다. 누구에게 들었는지 모르지만 직접 확인하라”며 취재를 거부했다.
김대환 기자 top7367@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