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부인을 잃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억울하고 힘겨운데 되레 용의자로 몰고 가는 게 대한민국 경찰입니까?"

지난해 9월 연쇄살인범 안모(41) 씨에게 무참히 살해된 피해 여성의 남편 이모(44) 씨가 눈물을 머금으며 경찰수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 씨는 사건발생 후 경찰이 지목한 용의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평소 부인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게 용의선상에 오른 이유다.

이 씨는 수차례에 걸친 경찰조사로 인한 부담감과 심적 스트레스로 단 하루도 편하게 잠을 자본 적이 없다고 한다.

안 씨가 검거됐다는 소식을 접한 이 씨는 억울하게 희생된 부인의 얼굴이 떠올라 잠시 끊었던 소주를 다시 입에 됐다.

슬픔도 잠시. 자백을 강요하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방식과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형사의 전화 등 잊고 싶은 악몽이 생각 나 급기야 경찰에 대한 분노가 생겼다.

이 씨는 "부인을 살해한 범인을 늦게라도 잡았다니 다행이다"라면서 "범인 얼굴을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막상 대하면 살해충동을 느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 경찰 수사팀에게 당한 갖은 수모와 고통을 생각하면 죽고 싶을 만큼 괴롭다"면서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그간의 고통을 보상받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경찰에서 불러 찾아가면 '당신이 죽인 게 맞잖아. 사실대로 말해'라며 하지도 않은 살인누명을 씌우려 협박을 했다"면서 "또 어떤 날은 밤에 불러 유흥업소에 데려가더니 아가씨를 옆에 앉혀주고 술을 주며 자백을 유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나 같은 죄 없는 사람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조사하는 시간에 제대로 된 수사를 해서 범인을 잡았어야 한다"면서 "그렇다면 (26일 발생한 20대 여성 살해사건의) 추가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