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정리=이현숙 부국장

충청북도박물관협의회가 최근 지역 박물관과 미술관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박물관·미술관 운영 활성화와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행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도민들에게 더욱 친숙해진 협의회로 거듭난 것을 바탕으로, 올해는 지역 박물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한편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박물관·미술관으로 거듭나도록 협력망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번 정기총회에서 4년 임기의 회장으로 재선임된 김영주 회장을 만나 올 한해 사업과 대충청방문의 해 계획을 들어본다.

-충북도박물관과 미술관을 대표하는 협의회장으로 재임을 축하드리면서 소감은.

“지난 2007년 3월 경기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 지역협의체로 충북도박물관협의회가 출범했다. 3년 임기의 초대회장으로 일해왔는데 올해 총회에서 회원들께서 만장일치로 재신임을 해주신데 대해 감사드린다. 아울러 그동안 충북도박물관협의회가 전국 14개 지역협의회 가운데 모범적인 선두주자로 기틀을 다져온 만큼 향후 4년간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해 명실상부한 충북 문화컨텐츠의 중심 위상을 확립하라는 사명으로 알고 책임감을 절감하고 있다.”

-앞으로 4년간 협의회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인가.

“충북에는 현재 37개관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등록되어 있다. 크고 작은 미등록 문화공간 까지 합하면 약 60여 개에 달하고 있다. 전국 650여 개 회원관이 대부분 서울과 경기도에 집중되어 있는 현실에서 우리지역 문화공간은 도세에 비하면 숫적으로 결코 적지 않다. 특히 우리 지역은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테마 즉, 충북에 와야만 접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대부분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독특한 위상을 자랑하는 지역의 문화컨텐츠들이 체계적으로 연계되지 않아 시너지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자체적인 브랜드가치를 격상하고 질적인 운영관리시스템을 도모하도록 지원하겠다. 또 홍보와 교육을 통한 문화관광산업화, 브랜드화에 중점을 두어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하겠다. 물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관련 부처와의 유기적인 협조지원체계를 잘 갖추어 소통해야 하는 일이 필수적이지만 회원관 각자의 운영 역량제고와 더불어 문화의식 고양을 위한 노력도 병행해 나갈 생각이다.”

-지난 재임기간 중 아쉬운 점과 성과를 되짚어 본다면.

“잘 아는 바와같이 지난해는 1909년 구한말 왕조에서 제실박물관과 창경궁 식물원을 일반에게 공개한 이래 100주년이 되는 역사적인 한 해였다. 범국가적으로 많은 기념행사가 개최되었다. 다채롭고 기념비적인 전시회, 세미나, 축제도 열렸다. 충북에서도 국립청주박물관을 비롯해서 청주고인쇄박물관, 한국공예관 등에서 많은 전시행사를 치렀다. 박물관협의회 차원에서도 연합전시회와 박물관찾아가기 책자발간, 해외워크샵 참가 등 활발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아직도 도민들에게는 박물관100주년의 상징적인 의미와 문화관광 컨텐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실정임을 절감하고 있다. 문화공간을 만들고 종사하는 가족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주체적 문화인의 저변확대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박물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과 방안은.

“문화적인 위상과 성과는 단기간의 처방으로 개선될 수 없다. 우선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 다시말하면 진정한 웰빙(well-being)의 삶은 당장 허기진 배를 채우는데 있지 않고 과거 전통과 미래가 소통하는 가운데 자기정체성을 지켜가는 자아성취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물관은 역사적 전통을 현재 관점에서 정통성을 부여하고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인류문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소통의 장이다. 개발과 혁신을 표방하는 IT, BT도 중요하지만 정체성을 지키고 가꾸는 문화예술의 생활화, 산업화야말로 미래성장 동력임을 결코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많은 선진국들처럼 이제 우리 정부도 앞장서서 문화관광산업에 정책우선 순위를 두고 적극 투자해야 한다. 특히 개인이나 기업의 문화산업 진출을 적극 장려하고 전문인력 및 관련 인재양성제도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 최근들어 박물관. 미술관정책이 후퇴하고 로또복권기금 등 정책적 지원이 줄어든 현실이 안타깝다. 등록제도가 지자체로 이관되어 겉으로는 행정편의성이 수월해진듯 하지만 실제로는 더욱 복잡하게 적용되는 모순도 상존하고 있다. 따라서 박물관정책 및 제도와 함께 지원관리체계의 현실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올해가 대충청방문의 해인데 협의회에서 바라보는 기대치와 전망은.

“우리 고장은 예로부터 청풍명월의 고장인 동시에 충절과 효를 바탕으로 한 선비의 고장이다. 특별히 대충청방문의 해를 정하지 않아도 연중 수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자연환경과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다. 문화컨텐츠의 중심인 박물관,미술관만 해도 대부분 국내 유일의 테마자료를 주제로 하고 있어서 반드시 우리지역에 와야만 볼 수 있다는 특성을 자랑한다. 직지를 주제로 한 청주고인쇄박물관과 진천의 종박물관, 충주의 술문화리쿼리움, 음성 철박물관, 제천 지적박물관, 영동 난계국악체험관, 공군박물관, 건설박물관, 한독의약박물관 등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들을 체계적으로 연계해서 문화관광브랜드화 할 수 있다면 대청호반의 청남대와 충주호 중원탑 및 탄금대, 속리산, 제천 청풍호, 단양팔경 등 수려한 자연환경과 더불어 국내외를 막론한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충청문화의 위상도 몇차원 업그레이드 될 것은 물론이다. 다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야 보배인 것 처럼 금번 기회에 문화관광 충북의 단초를 열 수 있도록 결집된 힘을 발휘해 나가야 하겠다.”

-이처럼 많은 문화인프라를 가진 충북이 문화관광활성화와 경쟁력제고를 위해 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대안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문화관광 인프라를 널리 소개하는 홍보전략이 필요하다. 대충청방문의 해를 선포하는 일회성 행사나 몇사람 연예인 홍보대사 임명만으로 끝나는 이벤트성 행사보다는 기존의 문화공간을 재정비하고 필요한 곳에는 특별지원을 해서라도 시너지효과를 살리는 과감한 정책이 아쉽다. 또한 금번 대충청방문의 해에 1억명 관광객을 목표로 설정했다면 이들이 와서 체류할 수 있는 수용성 컨텐츠부터 철저하게 점검해야 하고 각 분야 문화관광산업 현장 종사자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또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문화공간에 대한 이정표 문제다. 세계적으로 문화공간은 갈색 간판으로 표시할 것을 통일하고 있는데 누구나 찾기 쉬운 길목의 주요 거점만에라도 반드시 이를 설치해야 한다. 현재 우리 지역의 국공립 박물관, 미술관의 경우 비교적 표시판이 어느 정도 되어 있지만 사립의 경우 도로간판을 설치하는데 너무나 많은 행정적 제약이 따른다. 대충청방문의 해인 금년에야말로 협의회 차원에서 관련부처와 협력해서 꼭 해결할 수 있도록 발로 뛰겠지만 무엇보다도 자치단체장의 관심과 의지가 관건이라고 본다. 또한 우리 충북의 문화관광특성화를 위해 유무형의 문화컨텐츠를 산업화, 브랜드화하는 노력도 필수적인 사업이다. 단순히 거쳐가는 장소가 아니라 체류하며 체험하는 이른 바 체류형 문화관광산업이어야 경쟁력을 갖게 된다. 아울러 충북이 자랑하는 청주국제공항 활성화 역시 이런 문화컨텐츠의 중심이 확고하게 자리할 때 동반하여 해결될 수 있을 것인 만큼, 항공노선 확보와 계류장확충 등이 공항시설 개선보다 우선해 문화관광산업화에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

-충북도박물관협회가 앞서 열거한 각종 사업을 통해 지역문화관광산업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에서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텐데 .

“물론이다. 박물관, 미술관 등 문화공간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국공립의 경우 정부가, 사립은 개인이 많은 재정적인 밑받침하에 진행된다. 특히 사립박물관, 미술관은 뜻이 있는 독지가에 의해 설립되었다 해도 운영능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최근 공익법인화를 유도하기도 하고 전문기관 지정위탁경영체제를 도입하려는 시도도 있지만 아직은 열악한 문화인프라 속에서 중앙 또는 지방정부의 적은 재정지원이라도 목말라 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아무리 사립이라도 엄격한 심의를 통해 등록문화공간으로 전환되었다면 공공자산이라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자치단체가 방관하지 말고 끌어안고 도와야 한다. 일일이 개별관을 상대하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협의회를 적극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협회 회원관과 도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충북도박물관협의회는 우리 지역의 문화관광 컨텐츠를 조성하고 길라잡이 역할을 자임하는 회원간 협의체다. 일선 문화창구와 정부간의 가교역할을 통해 문화의 공공성을 제고함은 물론 도민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키는 문화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우선 회원관은 공익문화산업의 선구자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잃지말고 계속해서 양질의 문화컨텐츠를 육성하는데 배전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또한 도민들은 지역 가까이에 있는 훌륭한 문화공간을 적극 활용하면서, 널리 홍보도 하고, 때로는 지역문화 메신저로서 후원과 기부 등에 참여하는 문화적인 생활인식을 높여 나갔으면 한다.”

[프로필]
△ 공군사관학교, 서울대 국사학과 졸업
△ 충남대 사학과 석·박사과정
△ 공군사관학교 역사학과 교수 겸 박물관장 역임
△ 국립청주박물관 운영위원(현)
△ 청주고인쇄박물관 운영자문위원(현)
△ 한국공예관 운영위원(현)
△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자문위원(현)
△ 공군사관학교 명예교수(현)
△ 가산박물관 관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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