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사들이 계좌개설이나 카드 발급 등을 구실로 여전히 ‘개인정보활용동의서’의 서명을 받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작 고객은 자신의 정보가 다른 곳으로 제공된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알아도 금융기관의 막무가내식 요구에 울며겨자먹기로 서명을 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렇게 동의된 개인 정보는 해당 금융사와는 상관없는 주유업계나 통신사, 쇼핑몰 등 다른 수 십 군데로 뿌려지게 된다.

최근 예금계좌를 개설한 민모(34·대전 서구 관저동) 씨는 “창구 직원이 주는 서류에 개인정보 활용 동의서가 있었지만 서로 바쁜지라 얼떨결에 서명을 했다”며 “은행에서 체크카드 발급 이후 왠지 보험사 등에서 전화가 많이 오는 느낌”이라고 찜찜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 대부분의 고객들은 계좌를 만들기 위해 신청서를 작성할 때 은행창구직원들의 지시에 따라 형광팬이 칠해진 부분에 서명을 하게 된다.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도 직원들은 막무가내로 ‘하지 않으면 거래가 안된다’거나 ‘금융 사고가 발생했을 때 연락을 받을 수 없다’는 등의 말로 강요아닌 강요를 하기 일쑤다.

유모(37·대전 서구 복수동) 씨의 경우 계좌를 개설하고도 개인정보활용동의서에 서명을 하지 않으면 체크카드를 만들 수 없다는 말에 한바탕 실랑이를 벌였다.

유 씨는 “동의서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제가 생겨도 고객에게 연락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또 동의하지 않으면 현금카드만 만들 수 있고, 발급 수수료까지 내라며 배짱까지 부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은행이나 증권사측은 개인정보활용동의서가 ‘업무상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라는 주장만 내놓고 있다.

게다가 정작 서명을 요구하는 직원조차 관련 근거법에 대한 설명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 은행 관계자는 “개인정보활용동의서는 신용정보기관에 고객의 신용정보를 일괄 관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료”라며 “제휴카드가 아닌 이상 고객이 서명을 해도 타 기관에는 절대 유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례로 보아 수 십 군데로 유포된 개인정보가 고의·과실로 유출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만큼 적절한 대책이 요구된다.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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