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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현존 최고의 시나리오인 '효녀 심청전' 원본이 청주대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고 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 ||
화제의 시나리오는 1925년에 쓰여진 김춘광의 ‘효녀 심청전’으로 근대 영화각본의 사료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헌 자료에 의하면 한국 최초의 시나리오는 1923년 작가 윤교중이 각본을 쓰고 연출을 담당한 ‘월하의 맹서’로 논의되고 있으나 현재 이 각본은 남아있지 않은 실정이다.
또 한국영화사에서 현존 최고의 시나리오는 1926년 동아일보에 연재된 심훈의 영화소설 ‘탈춤’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탈춤’은 시나리오라기 보다 소설을 장면구분한 듯한 소설에 가까워 결국 ‘효녀 심청전’이 현존 최고 시나리오로 인정받고 있다.
이같은 사실(史實)은 청주대 김수남(공연영상학부 연극영화학과) 교수가 발간한 ‘조선 시나리오의 제 형식’(도서출판 월인)에서 학술적으로 검증되고 있다. ‘조선 시나리오의 제 형식’은 우리나라 영화사의 한 획을 긋는 조선시대 시나리오 형식의 작법을 분석하고 역사적 맥락과 흐름을 상세히 고찰한 책이다.
김 교수는 ‘조선시대 시나리오의 불가사의: 김춘광의 효녀 심청전’이란 글을 통해 “‘월하의 맹서’가 제작된 시기만 해도 시나리오를 창작할 만한 작가의 등장은 기대할 수 없었다”며 “이 작품 이후로 1925년까지 12편의 무성영화가 만들어졌지만 대부분 시나리오 없이 예로부터 전해져 오는 전설, 민담, 혹은 신파극을 토대로 내용을 영화화하는데 그쳤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김 교수는 촬영각본은 주로 소설 원본이나 줄거리를 메모한 종이 위에 즉흥적으로 작성되었으며 따로 작품으로 남겨지거나 지상에 발표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김 교수는 “1989년 영화서지가인 김종욱 씨에 의해 ‘효녀 심청전’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우리나라 현존 최고 시나리오 위상으로서 가치는 물론, 자료발굴의 큰 성과”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김 교수는 ‘효녀 심청전’의 시나리오를 1924년 일본에서 작성된 무성영화 시나리오 ‘피의 세례’, 1931년 일본 최초의 발성영화 ‘마담과 마누라’의 시나리오와 비교 분석했다.
분석결과 ‘효녀 심청전’은 국내에서 발성영화가 등장하기 10여년 전에 이미 발성영화 시나리오 작법의 특색을 모두 구비하고 있으며, 시나리오 형식상 ‘마담과 마누라’에 결코 뒤지지 않는 현대적인 시나리오였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처럼 현존 최고 진본으로 여겨지는 ‘효녀 심청전’이 조선 시나리오사에서 연대기적 위치를 차지하는 만큼 소장의 가치를 부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청주대 박물관 김종태 관장은 “몇년전 시나리오 ‘효녀 심청전’을 기증받았지만 고서같은 보물급이 아니어서 소장 가치의 비중을 크게 두지 않았다”며 “현재 박물관 2층 전시실 유리관에 진열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화계 관계자들은 “서울 역사박물관이나 영상자료원에 소장되어야 할 귀중한 사료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전문가들의 고서운운은 한국영화와 박물관적 가치를 잘못 판단한 것으로 매우 안타깝다”며 “지금이라도 이를 홍보해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숙 기자 leeh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