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전신주에 올라가라고 시키면 팔에 깁스를 하고 올라가야 했습니다.”, “석 달 이상 밤 11시까지 교육을 받으라고 하면 거의 매일 초과수당을 받지 못하고 했습니다.”, “일하다 넘어져 갈비뼈를 다쳐도 응급실에 실려가도 회사의 꾀병같다는 말에 산재는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지난 2년간 ‘신노사문화대상기업 대통령상’을 수상한 대기업 KT가 직원을 내쫓기 위해 내부적으로 ‘부진인력 관리 프로그램’을 비밀리에 운영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와 청주 호죽노동인권센터는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KT가 나이가 많거나 문제직원을 퇴출시키는 ‘부진인력 관리프로그램’을 통해 반인권적인 인력 퇴출을 시행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날 민주노총 등이 공개한 ‘부진인력 관리프로그램’의 지침은 퇴직 대상자를 할당하고 할당된 인원에 대해 개인별 퇴출 시나리오를 계획하는 등 개인별 정보수집에서 해고에 이르기까지 월별, 단계별 실행방법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있다.

심지어 할당된 직원에 대해 해임, 파면, 명퇴 등이 결정될 경우 이를 유도한 책임자에게는 가산점을 주는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KT 한 근로자는 “114 전화교환업무를 하던 여성근로자 중 지난 2001년 분사를 거부한 인원과 나이가 많은 직원 등 문제 직원들에게 인사고과 D등급을 주어 이들에게는 ‘부진인력 관리프로그램’을 통해 분기별 실적, 업무지시서, 업무촉구서, 징계처분요구서 등 말도 되지 않는 각종 문서와 업무가 주어졌다”고 주장했다.

또 “이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블랙리스트 직원들은 업무와 상관없는 부서에 배치돼 일을 주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회사를 그만 둘 것을 강요당했다”며 “114 전화교환업무를 하던 여성 근로자가 지사 고객서비스팀으로 발령 나 전신주를 타며 전화, 인터넷 등을 가설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 프로그램의 첫 해직자로 소개된 한미희(47·여) 씨는 “프로그램의 블랙리스트 대상자가 된 뒤에는 동료직원들은 나를 피했고 말조차 걸어주지 않았다”며 “만약 동료직원이 블랙리스트인 나와 말을 하게 되면 말을 한 그 직원도 그에 맞는 처벌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 씨는 이어 “부서가 바뀐 뒤 전신주를 오르락 내리락 하는 등의 부당업무 지시와 책임자로부터 감시, 차별, 도를 넘는 언어폭력 등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차후 회사의 입장을 정리해 발표 할 예정”이라며 “민주노총 등이 주장한 퇴출 프로그램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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