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중생 살해 사건의 피의자 김길태(33)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부산경찰이 허술한 수사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충북경찰도 '청주 무심천 40대 여성 살해사건'에 대한 수사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면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언론과 경찰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말 등을 토대로 두 사건 수사에 대한 '닮은 점'을 짚어본다.

허술한 초동수사=부산 사건은 경찰이 대규모 인력을 동원했음에도 이모(13) 양의 사체가 발견된 곳이 이 양 집에서 불과 100여m 떨어진 곳으로 확인돼 허술한 수사와 수색이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경찰이 실종 신고를 받은 당일 이 양 집 주변만 제대로 수색했어도 이 양의 목숨을 건질 수 있었거나 최소한 이번 사건을 조기에 해결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청주 사건도 숨진 김모(당시 40세·여) 씨의 금융거래확인과정에서 담당 형사가 실수를 한 탓에 용의자의 인상착의가 뚜렷하게 나온 사진을 조기에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이 일찍이 공개수사로 전환한 점을 감안하면 시민제보를 통한 검거가능성이 높았다는 게 중론이다.

사건발생 2개월이 지나 용의자의 사진을 추가로 확보한 것도 모자라 언론에 사진공개 또한 두 달간 미룬 점은 조기해결 가능성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올만한 대목이다.

드러난 용의자와 싸움=부산경찰은 사건발생 초 김길태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공개수배했지만 사건 발생 9일 만에 가까스로 검거했다.

지난해 12월 용의자 얼굴이 뚜렷하게 나온 사진을 뒤늦게 확보한 충북경찰도 사정은 마찬가지. 신원파악은 되지 않았지만 폐쇄회로(CC)TV에 찍힌 용의자의 얼굴은 선명하다.

부산경찰은 드러난 용의자를 쫒았고, 충북경찰은 여전히 쫒고 있는 셈이다.

헛다리짚은 수사=부산경찰의 수색은 주로 이 양의 집이 있는 덕포동 등 사상구 일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실제 이 양의 사체가 발견된 곳은 이 양의 집에서 100m 떨어진 곳이었고 김이 나타난 곳 역시 이 양 집에서 불과 20여m 떨어진 빈집이었다.

충북경찰도 당초 금품을 노린 납치살인보다는 면식범에 의한 범행으로 수사방향을 잡고 숨진 김 씨의 남편을 용의선상에 올려놓았다.

경찰은 또 김 씨의 이웃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 수차례에 걸친 조사와 차량감식 등을 통해 단서를 찾으려했지만 소득은 없었다.

결국 애꿎은 인물들만 용의선상에 올려놓는 '헛다리짚은 수사'를 여실히 드러냈다.

기본 안 지킨 수사=이 양의 사체가 이 양 집 근처에서 발견되면서 부산경찰은 범행현장 주변부터 샅샅이, 철저히 수색해야 한다는 수사의 기본원칙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충북경찰도 김 씨의 금융거래 내역을 꼼꼼히 살피는 것은 수사의 기본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지만 "설마 또 다시 인출을 시도했을까"라는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기본을 무시한 수사를 감행했다. '과학수사'를 외치면서 정작 '감'에 의지했다.

거짓말 논란=부산경찰은 검거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경찰의 공적만 강조하고 시민도움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넷과 언론을 통해 부산시민들의 제보와 도움으로 체포했다는 여론이 들끓자 경찰은 뒤늦게 시민협조와 신고에 감사한다고 번복했다.

충북경찰도 12월에 확보한 추가 사진을 공개하면서 사진의 확보시점을 사건 발생 한 달 후인 지난해 10월 22일로 못 박았다. 거짓말 논란이 일자 경찰은 사진확보시점을 당초 밝힌 10월에서 12월로 수정했다. 

경찰관은 "부산경찰과 충북경찰의 다른 점 중 핵심은 부산경찰은 김길태를 검거했지만 충북경찰은 용의자 신원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