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로 20년간 술을 끊고 살았는 데, 아들이 죽고 난 뒤에는 술을 마시지 않고는 살 수가 없습니다."

지난 11일 오전 4시경 유 모(24) 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오토바이를 타고, 대전역 인근 도로를 지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일대를 지나던 승용차와의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유 씨는 병원으로 실려 갔고, 이틀간 뇌사상태로 빠져 있다가 13일 결국 사망했다. 사고 후 유 씨 유가족들은 사고를 낸 차량이 신고나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경찰에 뺑소니 신고를 했지만 아직까지 목격자를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사망한 유 씨의 부모는 "노점상으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고 있는데 지금은 목격자를 찾기 위해 일도 못하고 전화만 붙들고 있다. 우리 아들이 올해 6월에 제대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도 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다"며 목격자를 찾아달라는 말로 눈물을 애써 감췄다.

최근 지역에서 발생한 뺑소니 교통사고의 또 다른 피해자 유가족인 김 모 씨는 "어머니 나이가 85세다. 어머니는 아직 조카가 죽은 줄도 모르고 있다. 어머니가 이 사실을 알면 충격으로 돌아가신다"며 "사고 당시 목격자를 아직도 찾지 못해 막막하다"고 말했다.

뺑소니 교통사고로 친권자 등 보호자가 사망했을 경우 남아있는 자녀들의 삶은 바로 극빈층으로 떨어진다.

5년 전 뺑소니 교통사고로 아버지가 사망한 박 모(17) 양 자매도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아버지 명의로 가입된 보험이 있어 보상금이 일부 지급됐지만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85)까지 모시고 있는 박 양 자매는 학교 다니는 것조차 버거운 실정이다.

지난해 대전과 충남지역에서 발생한 뺑소니 교통사고 발생건수와 검거율은 각각 376건에 80.6%, 666건에 84.7%로 전년도에 비해 발생건수는 줄고 검거율도 상승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대전·충남지역에서 뺑소니 교통사고로 사망한 피해자는 모두 26명이고, 부상자는 1239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지난해 한 해에만 1000여 명이 넘는 피해자들이 적기에 응급구조를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거나 사고 후유증과 경제적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최근에는 CCTV와 목격자, 각종 과학적 수사기법 등으로 검거율이 90% 이상에 달한다"며 "뺑소니 교통사고는 또 하나의 살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환·천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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