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중학교에 입학하는 김영우(가명·13) 군은 새로운 학교 생활에 대한 기대 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아버지의 실직과 어머니의 가출로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조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김 군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신학기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린이재단 후원을 통해 간신히 교복은 마련했지만 새 책가방은 고사하고 체육복과 참고서 조차도 구입을 못했다.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 한탄스럽지만 정부보조금 외에 특별한 수입이 없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생각하면 한숨만 나올 뿐이다.

#대전 둔산 모 중학교에 입학하는 A(13) 군은 개학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새로 맞춘 브랜드 교복과 새 구두를 빨리 신고 싶기 때문이다. A 군은 중학교 입학 선물로 요즘 유행하는 고가의 최신 휴대폰과 전자수첩을 받았다. 또 유명상표의 책가방과 필통, 만년필 등도 친척들로부터 선물받았고 지난달 졸업식 때는 휴대용 게임기와 노트북, MP3도 선물받았다. A 군은 하루빨리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새 게임기와 휴대폰을 자랑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

경기침체와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새로운 학교에서 희망을 배워야할 학생들이 느끼는 감정이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조손 가정을 비롯한 빈곤가정 아이들은 교복과 체육복, 참고서 등 수 십만 원에 달하는 신학기 비용이 없어 상급학교 입학이 반갑지 않다.

정부보조금 등 월 100만 원 남짓한 수입이 전부인 빈곤가정들은 식비와 주거비용 등 기본생활비에 겨울철 난방비를 지출하고 나면 단 돈 몇 만 원의 여유도 어려운 형편이다.

학비와 급식비 등은 지원을 받지만 30만 원 상당의 교복과 체육복, 참고서 등은 뾰족한 방법이 없다.

반면, 가정형편에 여유가 있는 집들은 적게는 수 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 백만 원까지 자녀의 신학기 준비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유명상표의 브랜드 교복 외에도 여벌 바지와 와이셔츠, 조끼, 코트까지 세트로 대략 60~70만 원이 넘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10원을 훌쩍 넘는 가방은 기본이고 다기능 전자사전 등 요즘 아이들이 선호하는 전자제품도 필수가 되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서는 요즘같은 졸업·입학 시즌 전자사전과 MP3, PMP, 게임기 등의 판매가 평소의 2~3배를 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같은 빈부격차의 심화가 학업 성적으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지난 겨울방학부터 고액과외와 학원을 다니며 중학교 과정을 선행학습한 아이들은 기초를 탄탄하게 쌓는 반면 참고서 조차 구하지 못한 빈곤가정 아이들은 학기 초부터 공부는 커녕 학교생활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기 때문이다.

결국, 빈곤가정 아이들을 새로운 출발부터 공정하지 못한 경쟁에 내몰리게 되고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패배감을 먼저 배우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

김대환 기자 top736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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