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부는 본격적인 겨울에 들어섰지만 농민 임 모(55·대전시 유성구) 씨는 올 겨울 비닐하우스 농사를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 17일 농사용 난방유를 사기 위해 들린 주유소에서 면세유카드의 사용 한도가 초과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임 씨는 비닐하우스에서 한창 자라고 있는 오이를 생각하면 일반용 기름이라도 태우고 싶지만 그렇잖아도 어려운 형편을 생각하고는 이내 고개를 떨궜다.

대전 인근에서 비닐하우스와 한우 축사를 운영하는 백 모(60) 씨도 최근 올해 배정된 면세유를 모두 소진했다.

백 씨는 “하우스 난방과 축사의 온풍기를 돌리기 위해 면세유를 구입하러 갔다가 사용 한도가 초과돼 발길을 돌렸다”며 “올해는 소 값도 채소 값도 폭락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기름 값까지 부담하느니 때려치웠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시설재배 농가들이 올 들어 치솟은 면세유 값과 줄어든 공급량으로 겨울농사를 포기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농민들은 난방유를 아끼기 위해 분부 형태로 뿌려진 지하수의 온실효과를 이용한 ‘수막가온’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사용량 급증으로 지하수가 고갈되면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막가온으로 유지할 수 있는 온도는 6~8도. 그러나 대전 인근의 주요 시설재배 품목인 오이는 18도 이상, 저온에 강한 방울토마토도 15도는 돼야 원활한 수확을 기대할 수 있다.

농협에 따르면 올해 면세유 공급은 전년의 98% 수준이지만 실제 농민들이 받은 양과는 큰 괴리를 보인다.

지난해 경유와 등유 등 4만 8000ℓ를 받았던 임 씨는 올해 3만ℓ공급에 그쳤고, 백 씨 역시 지난해 4100ℓ에서 올해에는 3587ℓ로 줄었다. 가격 역시 지난해 중순까지 ℓ당 600원 대를 유지하던 면세 등유와 경유 값이 연말에 800원 대까지 오르더니 올 가을에는 대부분 1000원 이상이다.

답답한 마음에 임 씨는 직접 농식품부와 재경부 등 관련 부처를 수소문해 연락을 했지만 ‘매면 공급량을 줄여도 그동안 그럭저럭 잘 해오지 않았냐’는 담당공무원의 무성의한 말에 기가 막힐 뿐이다.

임 씨는 “입으로는 ‘신토불이’를 외치면서 올 들어 시행되는 것은 실제로는 농업을 죽이려는 정책뿐이다”며 “원가의 반도 안 되게 팔려나가는 채소 값이 일주일 사이에 다시 3분의 1까지 떨어지는 나라에서 정책이나 있는지 의심이다”고 성토했다.

농민들은 또 일부 농가들이 허위로 면세유를 신청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시설재배를 하는 김 모(대전시 유성구) 씨는 “실제 하우스에 아무 것도 없으면서 면세유를 타는 일부 비양심 농가들이 우리들의 기름을 빼먹고 있다”며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실제 조사를 통해 이를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협 등 관계기관도 차량으로 전용이 쉬운 면세 경유의 공급을 줄이기 위해 등유용 난방기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근본적 대안으로 보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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