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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발생한 ‘청주 무심천 40대 여성 피살사건’을 수사 중인 청주상당경찰서는 22일 시신이 발견된 지 나흘이 지난 지난해 9월 30일 오후 청주시 모충동 새마을금고 현금인출기에서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성이 피해자의 현금카드로 현금을 인출하려는 모습이 담긴 CCTV 사진을 공개했다. 청주상당경찰서 제공 | ||
<본보 2009년 11월 24일자 3면 보도>22일 경찰이 추가로 공개한 용의자의 얼굴 전면이 뚜렷하게 나온 사진을 사건 발생 두 달이 훨씬 넘은 지난해 12월 확보, 부실한 초동수사를 여실히 드러냈고, 확보된 사진도 뒤늦게 공개해 ‘늑장수사’라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수사관련 기자회견에서 사진확보 시점을 “사건발생 한달 후”라고 거짓으로 밝혀 경찰내부에서조차 빈축을 사고 있다.
◆초동수사 부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청주상당경찰서는 22일 숨진 김모(당시 40세) 씨의 시신이 발견된 지 나흘이 지난 지난해 9월 30일 오후 청주시 흥덕구 모충동 새마을금고 현금인출기에서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성이 김 씨의 현금카드로 현금을 인출하려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 사진은 경찰이 지난해 10월초 공개수사에 돌입할 당시 언론 등에 공개한 사진보다 용의자의 얼굴 전면이 비교적 뚜렷하게 나왔다.
사진에서 용의자는 키 167~172cm에 나이는 30대 중반에서 50대로 추정되며, 검정색 계통의 반소매티와 흰색 줄무늬 반바지를 입고 노란색 모자를 쓰고 있다.
이날 공개된 사진은 피해자가 살해된 채 발견된 지 3개월 가까이 흐른 지난해 12월 초 확보됐다.
경찰은 사건발생 초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김 씨의 금융계좌 출금여부를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김 씨가 연락두절된 이튿날인 지난해 9월 22일 오전 7시 경 청주시 내덕동 모 편의점에서 한 남성이 현금인출기에서 김 씨의 은행카드로 현금 22만 원을 인출하는 장면이 담긴 CCTV화면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 남성이 모자를 코 부위까지 깊게 눌러쓴 탓에 입과 턱 등 일부만 확인돼 뚜렷한 인상착의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김 씨의 주변인물을 상대로 탐문수사에 나선 경찰은 이웃 주민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 수차례에 걸친 참고인 조사와 차량감식 등을 통해 단서를 찾으려했지만 소득은 없었다.
수사가 난항을 겪자 경찰은 압수수색영장을 다시 발부받아 김 씨의 금융계좌를 조회, 인출시도가 있었던 점을 확인하고 지난해 12월 2일 용의자 사진을 확보했다.
결국 경찰의 미숙한 업무처리와 안일한 업무태도가 사건해결의 중요 단서가 되는 용의자 사진 확보에 실패했고, 김 씨의 이웃 등 애꿎은 인물들만 용의선상에 올려놓는 등 ‘헛다리 짚는 수사’ 결과를 드러냈다.
◆늑장수사 질타
뒤늦게 용의자의 얼굴이 뚜렷하게 나온 사진을 확보한 경찰은 두 달이 지나서야 공개했다. 용의자의 도주 우려가 있다는 게 뒤늦게 사진을 공개한 이유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10월 공개수사로 전환한데다 사건관련 언론 보도가 잇따른 점을 감안할 때 용의자 도주우려를 내세운 경찰의 해명은 설득력을 잃는다는게 중론이다.
추가사진을 공개할 경우 초동수사 부실이라는 질타가 쏟아질 것을 우려한 경찰이 자체 수사력으로 해결점을 찾으려다 결국 한계에 부딪히자 사진 공개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으로, 경찰 편의에 따른 ‘늑장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수사 경찰관은 “수사과정상 생긴 착오로 용의자의 얼굴이 뚜렷하게 나온 사진을 늦게 확보했더라도 이미 공개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을 고려한다면 최대한 빨리 공개 했어야 한다”며 “수사 초기 단서확보가 사건해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살인사건의 특성상 5개월이 지나서 사진을 공개하는 게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허위 브리핑
경찰은 22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추가사진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한 사진의 확보시점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경찰은 “사건 발생 한 달 후인 지난해 10월 22일이다”고 못박았다.
12월 초에 확보해 놓고도 거짓말을 한 셈이다.
청주상당서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다”면서 “피해자의 이웃 등 주변인물이 사진에 나온 용의자의 인상착의와는 달라도 추가로 확인할 부분이 있어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후 늦게 사진확보시점을 10월에서 12월로 수정, 다시 통보했다.
김 씨는 지난해 9월 21일 오후 11시 경 상당구 용암동에서 직장 동료들과 회식을 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5일 후인 26일 오후 5시 35분경 무심천 장평교 아래에서 눈과 목 주변에 청색 테이프가 감겨 숨진 채 발견됐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