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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금산공장에 있는 자동차 트랙에서 타이어 안전을 시험하는 엔지니어(드라이버)가 차에서 내려 타이어 마모 상태를 살피며 문제점은 없는 지 진단을 시작한다.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의 손승섭(38) 과장은 이렇게 하루를 시작한다. 손 과장은 한국타이어 실차 TEST팀에 소속돼 있다. 실차 TEST팀은 한국타이어가 생산한 타이어를 부착한 차량을 직접 몰아보며 다양한 테스트를 하는 팀이다. 수 십 가지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트랙을 돌며 극한 상황까지 연출하는 18명의 테스트 엔지니어들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손 과장은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알려진 인물이다.
1998년 한국타이어 입사 이후 손 과장의 감각을 거치지 않은 타이어는 소비자들이 부착해 타고 다닐 수가 없을 정도다. 정작 본인의 목숨을 걸어야만 소비자들 안전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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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과장의 주된 테스트 종목(?)은 말그대로 오감(五感)이다. 눈으로 차량 주행을 보며 흔들림은 없는지 평가하며 동시에 귀로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체크한다.아울러 온몸의 감각을 극대화시켜 타이어에서 몸으로 전해오는 미세한 떨림을 감지한다. 입맛에 쓴 맛이 난다면 이 타이어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 만큼 긴장을 시키기 때문이다.
손 과장은 “실제 타이어를 테스트하다 보면 갖가지 문제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준비도 함께 해야 한다”며 “차량이 뒤집어진적도 있고 주행 중 타이어가 빠진 적도 있다. 만일 고객들이 이런 문제를 겪었다면 바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손 과장이 모는 국산차에 기자가 탑승해 봤다.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에는 두개의 트랙이 있다. 한 곳은 갖가지 변수를 설정해 놓고 주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곳이며, 또 한 곳은 자동차 경주에서 볼 수 있는 트랙이 있다.
손 과장은 먼저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트랙에 차량을 올려 놓았다. “안전벨트 매세요”라는 멘트 이후 손 과장은 가속을 시작했다. 전날 내린 눈이 말끔이 치워져 있었지만 노면은 미끄러운 상태였다. 시속 80㎞에 다다르자 손 과장은 “시작한다”며 드리프트를 선보였다. 속도가 외부의 힘과 같은 방향이고 외부의 힘에 비례하면서 차량이 코너를 옆으로 돌기 시작했다.
이 시험에서는 타이어가 얼마나 미끄러지는지, 미끄러지는 만큼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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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험에 따라 차량이 뒤집어 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가 세로로 가는 줄 알았는데 가로로도 앞으로 주행하고 있어 신기했지만 곧 멀미가 시작됐다. 멀미가 심해지자 직업병이 궁금해졌다. ‘혹시 멀미가 직업병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손 과장은 “막상 운전하는 사람은 괜찮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긴장하며 운전을 많이하니 무릎이 많이 쑤시지요….” 그렇게 드리프트로 코너 몇 십 바퀴를 도니 세상도 도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곧 주행트랙으로 옮겨 본 게임(?)을 시작했다. 직선 1.2㎞와 이를 감싸는 곡선 주행트랙에서는 순간 가속과 급정지, 다양한 핸들조작을 시험했다. 100㎞ 가까운 속도에서 손 과장은 무자비하게도 핸들을 이리저리 꺽기 시작했다. 기자는 겉으로 미소 지으며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발가락이 오그라드는건 어쩔 수 없었다. 실제 차량이 뒤집어질 수 있는 시험들이 이어졌다. 차량은 뒤집어지길 원했는지 몰라도 타이어는 ‘뒤집어질 수 없다’며 버티는 느낌이 생생히 전해져 왔다.
그렇게 몇 십분에 걸쳐 테스트를 마치자 곧 타이어 상태가 궁금해졌다.
손 과장은 “테스트한 타이어를 꼼꼼히 기록하는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문제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려 고객들에게 좋은 상품을 내 놓을 수 있으니까요.”
극한 상황까지 연출한 만큼 타이어 마모도 심했다. 이렇게 테스트한 타이어는 바로 폐기처분되며 새로운 타이어가 차량에 장착돼 시험을 이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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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직업과 비교해 장점으로 손 과장은 출시를 앞 둔 신형차를 1~2년 전부터 미리 타 볼 수 있는 것과 해외 훈련을 꼽았다. 타이어는 차량을 제작하는 회사에 맞게 개발되기 때문에 신형차량이 나오면 한국타이어 연구소에서 타이어를 제작해 테스트 팀에 의뢰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해외 훈련도 기술이 발달한 유럽 등지에서 열흘정도 머물면서 테스트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해 국내 사정에 맞게 적용한다.
“회사에 보유한 테스트 차량이 한 80여 대 됩니다. 트럭부터 고급 외제차까지 다 타 볼 수 있습니다. 자연스레 비교가 되는지는 몰라도, 안전에 있어 국산차가 외제차량에 뒤진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국 차량 안전은 타이어의 몫입니다. 50%정도는 타이어가 책임지고 있으니까요.”
손 과장은 일의 즐거움을 최고의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다. 다른 팀과 틀리게 테스트 팀은 자동차를 알아야 하고 또 자동차를 사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운전과 관련된 특별한 자격증이 많이 있느냐는 질문에 손 과장은 “운전면허증 밖에 없고 대신 해외 기술훈련을 많이 겪어야 한다”며 “보통 3~4년의 연수 경험을 취득해야 목숨을 걸고 일을 할 수 있고 우리 팀에는 15~20년된 베테랑 선배님들도 있어 저는 아직 멀었다”고 겸손해 했다.
한국타이어 실차 TEST팀에는 항상 타이어 2000개, 휠 5000개가 구비돼 있다. 테스트를 하는 날이면 직원들은 평균 단시간에 400㎞ 이상을 탄다.
타이어와 휠이 이 만큼 준비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손 과장은 현 업무에 충실할 뿐이지, 운전 좀 한다고 해서 재미로 운전해 본 적은 없다고 했다. 그 만큼 자기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손 과장은 타이어 관리에 가장 중요한 점으로 공기압 체크와 위치 교환을 꼽았다.
차량이 실제 노면에 닿는 것은 타이어여서 타이어는 곧 생명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는 것이다.
손 과장은 ‘급정거, 급출발 만큼은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손 과장은 “타이어 마모가 이 순간에 가장 많이 일어납니다. 때문에 운전습관에 따라 생(生)과 사(死)가 좌우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타이어 관리와 관심이 소중한 생명을 지킵니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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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가 있는 날이 정해지기전 술과 담배를 멀리한다는 손 과장.
온 몸의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사고로부터 소비자들을 지킬 수 있다는 철학이 테스트팀에게는 불문율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손 과장은 오늘도 이렇게 자기 몸을 희생하면서 불량률 제로에 도전하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글= 임호범 기자 comst999@cctoday.co.kr
사진= 홍성후 기자 hippo@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