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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 소비처로 '새벽시장'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소비의 양극화가 점점 더 심화되는 요즘, 싱싱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새벽시장을 이용해 가계의 부담을 줄여보는 것은 어떨까.
12일 오전 5시 대전의 대표적인 새벽시장인 역전시장은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야채, 생선, 나물 등 싱싱한 농식품을 구입하려는 발길로 북적인다.
새벽시장에 장이 서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
대전역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산지에서 소규모로 작물을 키워온 농민들이 소일거리로 이곳을 드나들면서 활성화되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
새벽장이 서는 구간은 역전시장 입구인 역전 파출소에서 대략 100m 구간 내외.
이곳에는 야채, 생선, 봄나물, 갓 띄워온 두부 등 각종 농식품을 매우 저렴한 가격에 만나볼 수 있다. 특히 폐장시간을 이용하거나 흥정만 잘하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농식품을 구입할 수 있다. 여기에 덤으로 주는 푸짐한 인심까지.
역전시장 새벽장이 문을 여는 시간은 오전 5시 경.
야채장이 먼저 서고 날이 서서히 밝아지면 생선자판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들 싱싱한 농식품은 대부분 산지에서 직접 수확해 가져온 것들이다.
중간 유통과정을 없애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의 이익을 추구한다.
새벽장을 찾는 주된 고객은 젊은 여성들보다는 중장년층 주부들이 많다.
이밖에도 음식점을 운영하는 근교의 상인들이나 오랜 기간 이곳을 이용해온 할머니 고객 등도 충성도가 높은 새벽시장 단골들이다.
이사 온 뒤부터 20년 넘게 이곳 시장을 이용했다는 이은복(69·대전 동구 원동) 씨는 "봄나물과 같은 야채와 생선은 이곳만큼 싼 곳이 없다"면서 "집에서 시장까지 오려면 보통 30분 넘게 걸어야 하지만 저렴하게 찬거리를 장만하는 보람으로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옛 향수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새벽시장이 이처럼 일찍 열리는 이유는 공급자와 수요자가 요구가 딱 맞아 떨어지는 시간이 바로 이 무렵이기 때문이다.
야채 및 채소류의 경우, 이른 아침 또는 새벽에 수확한 것이 가장 싱싱하다.
산지농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수확한 작물을 새벽시장에 내다팔고 새벽장이 끝날 무렵인 9시 이후부터는 작물관리도 할 수 있어 시간 관리에 도움이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새벽에 장이 열리는 것이 편리하다고 한다.
일단 갓 구입한 싱싱한 찬거리가 음식의 맛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되고 영업시작 전 재료손질 등을 해놓으면 하루 장사가 걱정 없다는 것.
역전시장 근교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저렴한 것도 새벽장에 오게 되는 이유지만 무엇보다 신선한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어 좋다"면서 "구입한 식재료는 손질을 거쳐 손님들 식단에 오른다"고 말했다.
새벽장을 이용하면 장점도 많다.
역전시장이 위치한 대전역 인근은 낮 시간 매우 혼잡한 편이다. 반면 새벽시간은 상대적으로 혼잡함이 덜해 편리한 쇼핑이 가능하다.
또 역전시장 상인회 등에서는 인근 민영주차장과의 제휴를 통해 역전시장을 이용한 고객들의 주차료를 지원하고 있다.
역전시장의 한 상인은 "새벽장이 끝나는 9시 이후에는 작물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가져온 물량을 싸게 판다"면서 "산지작물의 경우 중간유통과정이 없기 때문에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모두 이익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전에는 역전시장을 비롯해, 오정동 농수산 도매시장, 노은 도매시장 등에서 새벽장이 열리고 있다. 김항룡 기자 prime@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