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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호 중앙경실련 공동대표는 “어느 한 쪽에 치우침 없이 경실련이 경제 전문 시민단체 본연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주어진 소임”이라고 말했다. 홍성후 기자 |
대담=유순상 경제부장
-중앙경실련 공동대표가 대전에서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민단체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논쟁이 벌어질 수 있고 그에 따른 대립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침 없이 경실련이 경제 전문 시민단체 본연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지금 제게 주어진 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실련 등 시민운동을 하게 된 동기는.
"초기 시민운동은 지금과 같은 형태는 아니었습니다. 봉사와 같은 개념이었습니다. 유아교육 관련 출판 사업을 하다 보니 어린이들을 돕는 일에 자연스레 관심이 갖게 됐고 소년소녀가장을 돕는 것이 마치 사명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활동하던 중 선배들의 권유로 대전YMCA를 맡게 됐는데 이때부터 시민운동에 발을 딛게 됐습니다."
-그동안 경실련이 벌여온 활동은.
"경실련은 우리나라 최초로 시민운동을 전면에 내세우고 출범한 시민단체의 '맏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경실련이 우리사회에 남긴 흔적도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금융실명제 도입, 한약분쟁 조정, 토지공개념 도입과 부동산실명제 도입,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전개, 의료사고 피해 구제법 제정운동, 한국은행 독립촉구 운동, 재벌에 대한 감시·감독 활동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물론 활동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전국의 경실련 회원들과 시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임기 동안 꼭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경실련 공동대표의 임기는 2년입니다. 길지 않은 이 기간 동안 중앙과 지역이라는 차이를 극복하고 중앙과 지역이 하나 될 수 있는 통일성 제고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경실련 운동의 미래를 위한 상근역량강화에 역점을 두려고 합니다. 정기적인 교육프로그램 및 상근자 발굴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습니다. 또 상근자들이 시민운동에서 미래를 찾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과 행정 및 권력에 대한 감시활동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들입니다."
-각종 제도개혁 시민들의 의식개혁을 위해 경실련이 노력해 왔는데 힘든 점도 많았을 것 같다.
"쉬운 일이 없듯 시민운동 역시 그렇습니다. 특히 경실련과 같이 감시·비판적인 활동을 하는 단체의 경우 다른 단체에 비해 많은 어려움에 처하게 됩니다. 회원들의 회비로 살림을 꾸려나가야 하다 보니 재정적으로 궁핍하기도 하고 정권차원에서 추진하는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다보면 참여하는 분들이 간접적인 불이익을 당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경실련의 원칙인 '실사구시' 측면에서의 활동하다보면 타 단체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하고 내부적 갈등을 겪기도 했습니다. 힘들여 얻어낸 성과가 정치권의 이해관계로 인해 그대로 사장되기도 합니다."
-불공정거래 및 소득양극화 문제 등이 중요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갖고 지켜볼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또 해결방안이 있다면 무엇인가.
"불공정 거래와 소득 양극화는 우리 사회에 있어 가장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 분야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우리사회가 성장을 주요한 국정과제로 삼아오면서 이 문제는 보다 심화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순히 성장과 분배의 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다각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실련이 주장하는 원칙 중 하나가 '일 한 만큼 대접받는 사회', '일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일 할 수 있는 사회', '일 할 수 없는 사람도 최소한의 권리를 누리며 보호 받을 수 있는 사회'입니다. 이런 원칙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이에 상응하는 대가가 지불돼야 하며 이것이 지켜질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구축돼야 합니다."
-대형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진입에 대한 우려감이 높다. 기업형슈퍼마켓(SSM) 등 최근 제기된 문제를 어떤 관점으로 봐야해야 할까.
"국내 유통시장이 개방된 지 약 15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시장개방 당시 외국과 다르게 유예조치나 향후 나타날 부작용에 대한 검토가 미흡했습니다. 시장경제에서 상품구매는 소비자의 선택권입니다. 그러나 정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나 사회문제에 대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유통시장이 개방했던 것이 문제의 발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소상공업이 몰락하고 있고 중소상인들의 생존권 문제가 중대한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미 일부 유럽국가에서 나타났던 것과 같이 대형유통업체에 의한 시장독점은 감당키 어려운 만큼의 물가 상승도 뒤따랐습니다. 정책 및 입법의 문제로 인한 피해이기에 이에 대한 보완이 정부와 정치권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소비자의 선택권이라는 측면과 더불어 중소상인의 생존권 측면도 고려돼야합니다. 종합적으로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대기업 역시 현재와 같이 각종 편법을 이용한 시장쟁탈보다는 더불어 사는 사회에 대한 인식의 변화 및 영업계획 수립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시민단체 상당수가 재정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 시민운동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시민단체의 어려움 중 하나는 바로 재정문제입니다. 경실련 또한 이 같은 문제에서 예외일수 없습니다. 시민단체의 재정은 결국 회원의 증가와 후원자의 발굴이 없으면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재정구조의 건전성을 위한 회원 확대와 후원회원의 발굴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며 현재 시민단체를 바라보는 일부의 비판적 시각에 대한 분석과 이를 토대로 한 활동의 전개가 결국 시민운동단체의 활성화와 직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운동가인 동시에 교육자이기도 하다. 평소 교육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프뢰벨 선생님께서는 '어린이들은 늘 즐거운 놀이를 통해 육체적·정신적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이 같은 교육철학에 적극 공감합니다. 40년 넘게 유아교육 출판 사업을 해오면서 아이들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교재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살았습니다. 대전프뢰벨에는 현재 많은 방문교사들이 있는데, 모두 2급 정교사 이상의 자격을 갖춘 고급 인력들입니다. 대전 시내 유치원 교사 숫자만큼의 우수 인력이 우리 회사에 있습니다. 그것을 자부심으로 생각하고 있고요."
-대전시 교육위원으로도 활동했는데 보람 있었던 일을 꼽는다면.
"수년 전만 하더라도 대전지역에서만 40%가 넘는 유치원들이 무자격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시 교육위원 활동 당시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무자격 유치원들이 전문자격을 갖추게 했던 것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교육자로서 우리나라 교육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학교교육이 붕괴되고 있는 근본적인 요인은 평준화 때문입니다. 모든 학교에는 1단계에서 10단계 아이들이 있습니다. 중학교에 다니지만 ABC조차 모르는 아이들도 있고요. 이처럼 차이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평준화만 강조하다보니 아이들은 아이들 데로 선생님은 선생님 데로 수준 맞추기가 애매해 수업이 잘 진행되지 않습니다. 당연히 가르칠 의욕을 잃게 되는데 그 책임을 교사에게만 물을 수도 없습니다. 결국 가르친 사람이나 배운 사람 모두 포기해야 하는 제도적 문제가 생기는 것이죠. 수준별 이동수업 등 개선책 나왔다고는 하지만 보편적 평준화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차이를 인정해야 합니다. 선진국처럼 학급당 학생 수를 줄어 교사들이 적은 인원을 감당할 때 수준 차이를 줄일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재정을 늘려 나가야 합니다."
-다시 태어나면 어떤 삶을 살고 싶나.
"사실 저는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늘 빚진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살자고 다짐하곤 했습니다. 작은 조건이 주어지더라도 만족하고, 감사하고 그럼으로써 좋은 인간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또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할 때가 많았는데 다시 태어나면 좀 더 친근한 아빠, 할아버지로 살고 싶습니다."
정리=김항룡 기자 prime@cctoday.co.kr
사진=홍성후 기자 hippo@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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