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회 소속 중학생들이 비뚤어진 졸업식 뒤풀이를 한 탓에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관한 경찰이 역풍을 맞고 있다.
20여 명의 학생들이 속옷차림으로 청주시내 번화가를 활보하고 다녔지만 경찰이 제재는커녕 속수무책으로 당하자 “학생들의 탈선도 문제지만 무기력한 경찰도 문제”라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특히 졸업식 뒤풀이에 일진회 졸업생들이 배후에 있다는 주장이 학생들로부터 제기돼 경찰과 교육당국의 정확한 사실여부 파악이 요구되고 있다.
◆비뚤어진 뒤풀이, 일진회가 배후
지난 10일 오후 7시 경 팬티만 입은 남학생 수십 명이 청주시 성안길 한복판을 활보했다. 심지어 이들은 4~5명의 인솔자 지시에 따라 시내를 뛰어다녔고, 한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 앞에서는 인솔자의 구호에 맞춰 ‘엎드려뻗치기’와 ‘양팔좌우로 벌려뛰기’를 하기도 했다.
청주의 중학교 4곳 학생들이 졸업식을 끝내고 한 뒤풀이 자리였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했지만 이들을 제재할 수 없었고 30여 분간 숨바꼭질만 이어졌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졸업식 뒤풀이는 일명 해당 학교 '일진'으로 불리는 학생이나 일진회 졸업생들의 지시로 이뤄진다는 게 학생들의 설명이다.
A 군은 "졸업한 일진 선배의 연락을 받은 학교 '짱'이 일진회에 속한 학생 수 십명에게 다시 연락을 한다"면서 "학생들은 미리 약속된 장소인 시내 한복판이나 인파가 많은 곳에 모여 소리를 지르거나 속옷 차림에 거리를 활보한다"고 전했다. 이날 청주시 성안길 학생들의 졸업식 뒤풀이를 지시한 학생은 해당학교 일진회 졸업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학생은 "10일 성안길 졸업식 뒤풀이는 청주의 몇 개 중학교가 연합해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심지어 학교끼리 졸업식 뒤풀이를 누가 더 특이하게 했는지 경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속수무책…한심한 경찰
도를 넘어 선 졸업식 뒤풀이에 경찰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수십 명의 경찰관과 전·의경들이 이들을 제재하려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놀리며 도망 다니는 학생들의 '뒤꽁무니'만 따라 다녔을 뿐이다. 학생들은 뒤늦게 경찰 지구대에 연행됐지만 간단한 주의를 내리고 귀가시켰다.
공연음란죄나 경범죄처벌법위반 혐의로 형사입건 대상은 되지만 학생들의 나이가 어린 탓에 처벌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최근 비뚤어진 졸업식 뒤풀이가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 충북도 예외는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는데도 경찰이 정보파악 등 사전 준비없이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경찰의 대응방식이 미온적이었다 보니 이를 질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높다.
한 상인은 "경찰이 강경하게 대응했을 경우 주위사람들로부터 '과잉대응'이라는 비난을 받을까봐 주춤했던 것은 알겠지만 엄연한 불법행위인데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경찰을 보니 한심하다는 생각뿐이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11일 오후 병력 수십 명을 성안길 곳곳에 배치해 순찰을 벌여 청주 중앙공원 인근에서 졸업식 뒤풀이를 하려던 중학생 20여 명을 붙잡았다.
◆교육당국도 비난
교육당국에 대한 시선도 곱지않다. 일부 학교에서 매년 졸업식 뒤풀이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졸업과 동시에 학교 소속의 학생들이 아니다보니 전형적인 수수방관적 교육행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난을 자처한 셈이다. 각 학교에 유사사례 방지를 당부했고, 생활지도담당 교사들을 청주 주요 도심에 배치하는 등 뒤늦게 예방책을 마련했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학부모 김준식(47) 씨는 "세대가 변하면서 학생들의 졸업식 뒤풀이 문화도 바뀔 수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정도가 지나친 것 같다"며 "각 가정과 학교차원에서의 예방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20여 명의 학생들이 속옷차림으로 청주시내 번화가를 활보하고 다녔지만 경찰이 제재는커녕 속수무책으로 당하자 “학생들의 탈선도 문제지만 무기력한 경찰도 문제”라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특히 졸업식 뒤풀이에 일진회 졸업생들이 배후에 있다는 주장이 학생들로부터 제기돼 경찰과 교육당국의 정확한 사실여부 파악이 요구되고 있다.
◆비뚤어진 뒤풀이, 일진회가 배후
지난 10일 오후 7시 경 팬티만 입은 남학생 수십 명이 청주시 성안길 한복판을 활보했다. 심지어 이들은 4~5명의 인솔자 지시에 따라 시내를 뛰어다녔고, 한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 앞에서는 인솔자의 구호에 맞춰 ‘엎드려뻗치기’와 ‘양팔좌우로 벌려뛰기’를 하기도 했다.
청주의 중학교 4곳 학생들이 졸업식을 끝내고 한 뒤풀이 자리였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했지만 이들을 제재할 수 없었고 30여 분간 숨바꼭질만 이어졌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졸업식 뒤풀이는 일명 해당 학교 '일진'으로 불리는 학생이나 일진회 졸업생들의 지시로 이뤄진다는 게 학생들의 설명이다.
A 군은 "졸업한 일진 선배의 연락을 받은 학교 '짱'이 일진회에 속한 학생 수 십명에게 다시 연락을 한다"면서 "학생들은 미리 약속된 장소인 시내 한복판이나 인파가 많은 곳에 모여 소리를 지르거나 속옷 차림에 거리를 활보한다"고 전했다. 이날 청주시 성안길 학생들의 졸업식 뒤풀이를 지시한 학생은 해당학교 일진회 졸업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학생은 "10일 성안길 졸업식 뒤풀이는 청주의 몇 개 중학교가 연합해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심지어 학교끼리 졸업식 뒤풀이를 누가 더 특이하게 했는지 경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속수무책…한심한 경찰
도를 넘어 선 졸업식 뒤풀이에 경찰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수십 명의 경찰관과 전·의경들이 이들을 제재하려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놀리며 도망 다니는 학생들의 '뒤꽁무니'만 따라 다녔을 뿐이다. 학생들은 뒤늦게 경찰 지구대에 연행됐지만 간단한 주의를 내리고 귀가시켰다.
공연음란죄나 경범죄처벌법위반 혐의로 형사입건 대상은 되지만 학생들의 나이가 어린 탓에 처벌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최근 비뚤어진 졸업식 뒤풀이가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 충북도 예외는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는데도 경찰이 정보파악 등 사전 준비없이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경찰의 대응방식이 미온적이었다 보니 이를 질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높다.
한 상인은 "경찰이 강경하게 대응했을 경우 주위사람들로부터 '과잉대응'이라는 비난을 받을까봐 주춤했던 것은 알겠지만 엄연한 불법행위인데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경찰을 보니 한심하다는 생각뿐이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11일 오후 병력 수십 명을 성안길 곳곳에 배치해 순찰을 벌여 청주 중앙공원 인근에서 졸업식 뒤풀이를 하려던 중학생 20여 명을 붙잡았다.
◆교육당국도 비난
교육당국에 대한 시선도 곱지않다. 일부 학교에서 매년 졸업식 뒤풀이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졸업과 동시에 학교 소속의 학생들이 아니다보니 전형적인 수수방관적 교육행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난을 자처한 셈이다. 각 학교에 유사사례 방지를 당부했고, 생활지도담당 교사들을 청주 주요 도심에 배치하는 등 뒤늦게 예방책을 마련했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학부모 김준식(47) 씨는 "세대가 변하면서 학생들의 졸업식 뒤풀이 문화도 바뀔 수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정도가 지나친 것 같다"며 "각 가정과 학교차원에서의 예방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