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3번이나 행정고시에 도전했다 실패하고 취업의 길을 걸었던 이모(36) 씨는 최근 다니던 중소기업을 그만두고 다시 수험생 신분으로 돌아갔다.

이 씨는 “힘들게 취직했지만 고용불안은 여전하다”며 “응시연령 제한으로 시험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는데 지난 해 제한이 풀려 과감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재도전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공무원 응시연령상한제가 폐지되면서 30세 이상의 고령 수험생, 이른바 '장수생'들의 재유입이 늘고 있다.

가중된 취업난과 고용불안에 따른 공직 선호현상이 이 같은 장수생의 유입을 더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6일 행정·외무고시 1차 시험(PSAT)이 전국 18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행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327명을 선발하는 행정고시에 1만 4695명이 출원해 44.9대 1, 35명을 선발하는 외무고시에 1888명이 출원해 53.9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대전·충청지역 출원자 785명이 대덕구 송촌동 매봉중학교에서 시험을 치렀다.

시험장에서 만난 조모(32) 씨는 "누가 뭐래도 가장 안정된 직업은 공무원"이라며 "올해로 4년 째 시험을 준비하고 있지만 일단 합격만 하면 안정된 지위가 보장되는 만큼 포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3차 면접시험에서 떨어져 다시 1차 시험을 치른다는 민모(33) 씨는 "응시연령 제한이 풀린 이후 공부를 그만두고 일자리를 알아보던 선배들 상당수가 다시 시험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민 씨의 말처럼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응시자들의 모습이 고사장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올해 행정·외무고시 1차 시험 응시자의 연령대는 20~29세 1만 3020명(78.4%), 30~39세 3412명(20.6%), 40~49세 147명(0.9%), 50세 이상 4명(0.1%)으로 30세 이상이 3563명(30.6%)에 달했다.

이 중 상한연령의 폐지로 고등고시에 응시할 수 있게 된 33세 이상(외시 30세 이상)의 출원자는 모두 1631명으로 전체 응시자의 9.8%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도 1111명(6.9%)보다 47% 정도 증가한 수치다.

또 지난해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33세 이상 '장수생' 행정고시 합격자는 9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합격자 평균 연령도 26.5세로 2008년보다 0.4세 높았다.

박모(30) 씨는 “장수생들의 경우 나이가 많고 스펙(취직 시 요구되는 학점, 영어 점수 등 평가요소)이 부족해 눈높이를 낮추더라도 취업시장에서 외면받는다”며 “고시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공부에 매달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경기불황으로 가중된 취업난과 고용불안이 해결되지 않는 한 현재와 같은 장수생들의 ‘자의반 타의반’에 가까운 대규모 유입을 막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진영 기자 crazyturtl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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