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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노인이 되면 잠이 줄어든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보통 성인은 하루 평균 7∼7.5시간 정도 잠을 자는 데 비해 노인들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9시간 정도다.
노인의 경우 낮잠 자는 시간이 평균 1시간 20분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밤의 수면시간은 젊었을 때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점점 나이가 들수록 초저녁에 잠을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되며 얕은 잠을 자고 낮잠이 많아지고 밤낮의 구별이 확실해지지 않게 된다. 또 불을 끄고 자리에 누운 후부터 잠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안정된 수면은 우리 몸을 외부 환경의 변화로부터 보호해 조직의 항상성을 유지시키는데 체온을 조절해 에너지를 보존시키며 불필요한 외부자극을 삭제해 우리 몸과 마음의 안정을 가져온다.
또한 기억력과 외부 인지능력을 공고하게 해주며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게 해 준다. 정상 수면은 건강한 생활의 기본이며 불면증일 경우 우울장애, 불안장애, 적응장애 등 정신과 질환의 척도이기도 하다.
◆나이에 따른 수면의 변화
나이가 들어가면서 노인들이 가장 특징적으로 호소하는 점은 수면 중에 자주 깨는 것인데 얕게 잠드는 경우가 많고 너무 일찍 일어나기 때문에 젊은 성인에 비해 수면량이 줄고 잠이 들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수면구조를 보면 잠자리에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실제로 취하는 수면시간은 줄어들거나 변화하지 않는다.
특별한 자극없이 깨어나며 일단 깨면 잠들 때까지 젊은 성인에 비해 4배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린다.
수면다원 검사를 통해 살펴보면 1단계, 2단계의 수면이 증가하고 깊은 수면을 의미하는 3단계, 4단계의 수면은 감소한다.
◆노인성 불면증 원인
나이가 많아지면서 뇌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이 줄어들어 그만큼 잠자는 시간이 적어진다. 그렇다고 이것만으로 노인의 불면증을 설명할 수는 없다.
노인들의 불면증은 상당수 다른 신체질환에 의해서 발생한다. 노화현상으로 동맥경화증과 뇌신경 위축이 오면 뇌혈관에 변화가 와서 수면장애를 가져온다. 좀 더 진행하여 치매가 오게 되면 밤낮이 바뀌게 된다.
노인의 숙면을 방해하는 또다른 질환들도 많다.
한 연구에 따르면 노인 불면증의 60%는 뇌조직의 변화에 의한 것이고 그 중 40%는 동맥경화증과 심장병이 원인이 된다. 심장이나 호흡기 질환으로 숨이 차서 잠에서 깨기도 하고 코골이 때문에 무호흡증이 와서 깨기도 한다.
잠자는 동안 다리에 쥐가 나기도 하고 전립샘비대증이나 요실금 때문에 오줌을 누기 위해 숙면을 취하지 못하기도 한다.
소외감, 고독감, 우울증, 상실감 등과 같은 정신적인 이유도 불면증의 한 요인이 된다.
‘벌레가 기어다닌다’, ‘쑤신다’, ‘욱신거린다’, ‘저린다’, ‘피가 안 통한다’, ‘당긴다’, ‘시리다’ 등의 불편함을 느끼는 하지불안증후군의 경우에도 불면증의 또다른 요인이 된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주로 잠들기 전에 통증이 심하게 나타나 다리를 자주 움직이게 되므로 숙면을 취하지 못하게 되고 불면증으로 이어진다.
낮 보다는 밤에 잘 발생하고 다리를 움직이지 않으면 심해지고 움직이면 호전되거나 사라지는 게 특징이며 대개 다리에 발생하지만 때때로 팔에도 나타날 수 있다.
이 증후군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 속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을 전달하는 체계에 이상이 생긴 것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되며 철분이 부족한 경우 도파민의 생성이 억제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인들은 위에서의 염산분비 부족으로 인해 철 결핍이 발생하기 쉬우며 제산제를 상시 복용하거나 만성적 설사, 궤양, 게실, 위절제 수술 등으로 인해 더욱 쉽게 발생될 수 있다.
이같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게 될 정도의 신체적·정신적 질환으로 인한 불면증은 그 자체로도 힘들 뿐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에도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즉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게 될 정도의 신체적·정신적 질환을 가지고 있으면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결국은 면역을 약화시켜 수명을 단축시킨다.
◆노인성 불면증 예방수칙
오후 6시 이후에는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아야 한다. 커피, 홍차, 소다수, 초콜릿 등에 들어 있는 소량의 카페인도 수면을 방해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현재 복용중인 약과 수면의 관련성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복용 중인 양약 중에 카페인이 들어있거나 불면을 유도하는 약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면제는 가급적 멀리하는 것이 좋다. 잠이 안 온다고 쉽게 구입한 수면제를 하나씩 먹는 것은 결국 깊은 잠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낮에는 문 밖에 나가 햇빛을 쪼이는 것도 불면증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태양빛을 쪼이면 생체시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며 숙면을 취할 수 있다.
가만히 누워있기 보다는 규칙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습관을 들인다. 오후 늦게나 저녁 해질 무렵에 산보하는 습관은 규칙적인 운동으로 건강에도 좋을 뿐 아니라 숙면에도 도움이 된다.
잠들기 전 뜨거운 물로 20분 정도 목욕을 하는 것도 숙면을 취하는데 좋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도움말 = 최영락 청주의료원 정신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