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열리는 장은 대개가 과일장이야. 야채는 썩 좋은 값을 받지 못해. 운반비도 안 나올 때가 있으니 속이 타지 뭐. 그래도 대목은 대목이야. 잘 되길 빌어봐야지."

8일 새벽 1시, 대부분 잠들어 있을 무렵이지만 대전 오정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은 생기로 넘쳐난다. 산지에서 갓 생산된 싱싱한 과일, 야채가 크고 작은 트럭에 실려 속속 도착하고, 시장 곳곳에선 이들 농산물을 야적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명절을 앞두고 있는 요즘은 특히 수요가 늘면서 출하량도 덩달아 증가해 농산물 도매시장은 그야말로 '과일 반 야채 반'이다.

산지에서 도착한 농산물은 마치 들에서 방금 수확한 것처럼 신선도가 뛰어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도매인들은 농산물의 상태 점검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의심이 가면 썰어보기도 하고, 앞으로 판매될 양과 적정가격 등을 고민해 응찰에 임한다. 대부분은 전자입찰이지만 전자응찰기가 없는 곳에서는 수기로 가격을 제시하는 풍경도 목격됐다.

양배추 응찰에 임한 한 도매인은 "요즘 야채는 과일만큼 시세가 좋지 못해 산지농민들의 시름이 크다"면서 "애써 수확한 농산물이 제값을 받지 못할 때의 마음이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 농산물 경매는 일정시간 간격을 두고 도매시장 곳곳에서 벌어졌다. 보통 채소류는 새벽 1시부터 과일류는 4시가 돼야 경매가 시작되는데 경매사는 '오리오리오리' 등 요란한 음성으로 응찰자의 시선을 끈다. 낙찰은 가장 높은 가격을 입력한 응찰자의 몫이다.

경매대상 농산물이 올라오면 응찰자가 전자식 응찰기로 가격을 입력하는 방식인데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농산물 상태 및 판매될 양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이 도매인들의 설명이다.

이렇게 낙찰된 농산물은 다시 손수레에 실려 트럭 등으로 옮겨진다. 마트나 식자재 취급업체, 음식점 등에 보급되기 위해서다. 알고 보면 우리 식탁에 오르는 거의 대부분의 농산물이 농산물 도매시장을 거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도매시장의 한 관계자는 "유통환경이 변하고 일부 농산물의 경우 수요가 줄기도 했지만 그래도 대목은 대목이다"면서 "설 장사를 잘 하면 농민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싱싱하고 값싼 농산물이 가득한 도매시장을 많이 이용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농산물 경매는 동이 틀 무렵까지 계속됐다. 시장 곳곳에 피워놓은 모닥불이 추위를 달래주는 듯 했고, 농산물 도매시장을 찾은 상인들은 그야말로 ‘진정한 대목’을 꿈꾸며 밤을 지새웠다.

김항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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