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를 들여 교육시킨 KAIST 우수 이공계 인적자원의 의료계 누수현상이 해마다 그 수를 더해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특히 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는 KAIST 학생 가운데는 한국의 과학계를 이끌고 갈 국내·국제 경시대회 상위권 입상자들이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KAIST 학생들에 따르면 특정학과의 경우 4학년 학생 40~50%가량, 1·2·3 학생들은 80%에 육박할 정도로 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학생들 사이에 ‘미트(MEET·의학 교육입문검사)’가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이는 최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김영진 민주당 의원이 국감자료를 통해 밝힌 KAIST 졸업생의 의학·치의학전문대학원 입학자 수가 2005년 31명, 2006년 35명, 2007년 49명, 2008년 50명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는 것에 기인한다.

실제 17일 카이스트에서 만난 A(22) 씨는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지원한 뒤 최종면접을 거쳐 결과만을 남겨둔 상태다.

지난주 최종면접을 실시한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총면접자 수는 88명으로, 이 중 15명 정도가 KAIST생으로 파악됐다.

A 씨는 과학고를 나와 수 없는 경시대회에서 상위권 입상해 미래 과학계를 짊어질 인재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지만 “높은 현실의 벽앞에 결국 의학대학원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A 씨는 “지난해부터 의학대학원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가 높아졌다”며 “세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학생들도 의학대학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으며 서울 강남 의학대학원 진학학원에는 KAIST 학생들끼리 스터디그룹이 활성화 돼 있는 등 의학대학원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생물 등 의학대학원 진학에 용이한 특정과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의학대학원 준비생 B 씨는 “우리과의 경우 4학년 졸업선배들은 전공을 살리겠다는 비율이 크지만 1학년을 지나고 2학년에 접어들면서 밤새 연구·실험하고 석·박사를 마쳐도 알아주지 않는 현실을 아는 순간 의학대학원에 노크할 수 밖에 없다”며 “07학번부터 전액장학금이 없어지면서 후배들은 순수연구를 위해 들어오는 것보다는 의료계 진출을 위한 준비단계 진학 성격이 강함을 알 수있다”고 말했다.

고급 과학인재가 유출되는 현상을 보고만 있을 수 없는 현실 앞에 정부와 KAIST는 큰 숙제를 떠 안게 됐다.

전홍표 기자 dream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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