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까치 설날, 정겨운 풍경 가운데 하나는 온 가족이 한복을 차려입고 차례를 지내는 모습이다.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정성스레 차례 음식을 준비하고, 설날 아침 어른들께 세배를 올리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때 필요한 아이템이 한복이다.

편리함을 우선시 하는 풍토가 깊숙이 자리하면서 한복 대신 일상복을 입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온 가족이 한복을 차려 입고 이번 설을 보낸다면 명절의 정취를 더할 수 있다.

또 한복에서 풍기는 우리 고유의 아름다움을 자녀들에게 전해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설 명절만큼은 묵혀뒀던 한복을 꺼내 입는 것이 어떨까.

하지만 한복에 익숙하지 않은 요즘, 한복을 입는 게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일상복이야 맘에 드는 것을 고르면 되지만 한복의 경우, 때와 장소 입는 이가 누구냐에 따라 선택 시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또 일 년에 한복을 입는 횟수가 자꾸 줄어드는 요즘, 한두 번 입기 위해 몇 십 만원을 들여 한복을 구입하는 것도 분명 쉬운 결정은 아니다.

그렇다고 지레 겁부터 낼 필요는 없다.

점포 선택만 잘 하면 10만 원~35만 원의 알뜰한 가격에 고급 한복을 장만할 수 있고, 내려오는 전통과 상황, 입는 사람이 누군지 여부를 고려해 한복디자이너들이 선택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생각보다 쉽고 편리하다.

특히 대전에는 중부권 최대의 한복시장이 자리하고 있어 이들 시장을 이용하면 보다 알찬 선택이 가능하다.

대전 중앙시장은 중부권 한복의 메카다.

이 곳 일대에 위치한 한복 점포만 하더라도 110여 개에 달하고 협력업체 등 종사자만 해도 3000여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즉 중앙시장 대부분이 한복의 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점포 및 종사자가 많은 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대부분은 재 구매 고객들이기에 가격은 낮추고 디자인 및 품질을 높이려는 이곳 상인들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한복점을 운영해 온 정화자(66·장미주단 대표) 씨는 한복 선택 시 소비자들이 고려할 사항으로 언제 어떤 용도로 입을 지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복장예절 그리고 자신의 피부 톤에 맞는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흔히 한복을 불편하고 거추장스럽다고 여기는 편견이 일부 있는데 조상들이 입었던 일상한복의 경우 소매와 치마폭이 예복용 한복보다 작게 제작돼 앞치마 까지 두루면 음식준비 등 생활하는데 커다란 불편이 없다.

따라서 맏며느리 등 설 명절 가사부담이 있는 경우, 예복으로 장만한 한복 대신 생활한복을 별도로 마련하는 것이 좋다.

남성의 경우 차례를 지내거나 외출을 할 때엔 반드시 두루마기를 걸쳐야 한다.

남성의 바지와 저고리는 속옷에 해당하기 때문에 바지, 저고리만 입고 외출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여성이 주로 차례음식을 준비하는 데 이런 경우 붉은색 계통의 치마는 피해야 한다. 예로부터 붉은색은 귀신을 쫓는 색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남편이 있는 경우 자주고름을 하고, 중국산 문양의 수가 있는 옷보다는 우리 전통문양이 담긴 옷을 고르는 등 여러 가지 고려사항이 있는데 한복 디자이너들의 도움을 받아 선택시 참고하면 된다.

정화자 씨는 "귀찮다고 세배도 안 받는 요즘이라고는 하지만 아름다운 우리 것을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면서 "올 설 명절에는 온 가족이 한복을 입어보라"고 말했다.

김항룡 기자 prim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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