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막노동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A(50) 씨는 일주일에 3일은 허탕을 친다.

불황으로 인력시장 경기가 꽁꽁 얼어붙은 데다 건장한 체격의 대학생까지 아르바이트에 나서면서 일거리를 얻지 못하기 때문.

속상한 마음에 A 씨는 청주시내 한 식당에 들어가 김치찌개를 안주삼아 소주 2병을 마셨다. 돈이 없던 A 씨는 여주인 몰래 줄행랑을 치려다 덜미가 잡혀 즉결심판에 회부됐다.

#2. 사업실패로 ‘백수신세’가 된 B(54) 씨는 친구를 만나 한탄을 하며 술을 마셨다. 술자리가 끝난 뒤 귀가하려 택시를 탄 B 씨는 취기가 오른 탓에 깜빡 졸았다. B 씨가 지불해야 할 택시요금은 7200원. "왜 빙빙 돌아왔느냐"며 기사에게 화를 낸 B 씨는 요금을 내지 않았다가 즉결심판에 넘겨졌다.

경기불황으로 즉결심판(즉심)이 늘고 있다. '무전취식'과 '무임승차'를 일삼다 즉심에 회부되는 '현대판 빈대떡 신사'들이 매년 늘고 있는 셈이다.

25일 청주지법과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에 청구된 즉심회부자는 987명으로, 2008년 829명에 비해 19%(158명), 2007년(809명)에 비해 22%(178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결심판은 증거가 명백하고 죄질이 가벼운 사건을 빨리 처리하기 위해 정식 형사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하는 약식 재판이다. 20만 원 이하 벌금형이나 30일 이내 구류형에 해당하는 범죄가 대상이고 관할 경찰서장이 법원에 청구한다.

법원판결에 불복할 경우 7일 이내에 정식 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과거에는 경범죄 처벌을 받을 경우 반드시 즉심에 회부됐지만 지난 2002년부터 즉심을 받지 않고 벌금으로 바뀌면서 대폭 감소했다.

하지만 2006년부터는 다시 즉심회부자들이 늘고 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무전취식과 무임승차를 하다 적발된 생활형범죄가 늘은 점이 즉심 증가의 주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즉심회부자 987명 중 무전취식과 무임승차는 384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음주소란' 139명, '허위신고' 117명, '인근소란' 67명, '노상방뇨' 16명, '오물투기' 12명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무전취식·무임승차는 2007년 278명으로 전체 34.4%를 차지했으며, 2008년 35.2%(292명), 지난해 38.9%(384명)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2006년 이후 즉심회부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면서 "유형이 다양하지만 경기불황을 반영하듯 무전취식과 무임승차로 인한 즉심회부자들이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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