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18일 실종 후 10여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50대 주부 이모(57·청주시 흥덕구 모충동) 씨의 피살사건이 발생 1년이 됐다.

이 씨의 시신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DNA를 확보한 경찰은 용의선상에 오른 900여 명을 대상으로 유전자일치여부를 확인했지만 진전이 없어 경찰수사는 1년째 답보상태다.

◆실종에서 발견까지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한 대형할인점에서 근무하는 이 씨는 지난해 1월 18일 오전 6시 30분 경 야근을 한 뒤 귀가하려 버스정류장을 향하다가 사라졌다.

남편은 3일간 이 씨와 연락이 두절되자 1월 21일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13일 후인 2월 1일 오후 6시 경 이 씨는 대전시 대덕구 신탄진동 현도교 인근 하천 풀숲에서 머리에 검은 비닐봉투를 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씨에 대한 경찰 부검 결과 뚜렷한 타살 흔적은 없었으며, 사인은 질식사로 추정됐다.

◆초동수사 허술

실종신고를 접수받은 경찰은 당초 단순한 가출사건으로 본데다 이 씨가 숨진 채 발견됐을 때도 자살로 잠정결론 내렸다.

시신에 목맨 자국 외에 특별한 외상이 없었고, 이 씨가 평소 채무로 고민해왔다는 주변 진술 등이 이유였다.

하지만 유족들이 '자살할 이유가 없다'며 강하게 반발한데다 사건현장에서 이 씨의 소지품과 신발이 없었고 사고 장소로 이동한 흔적이 없는 등 타살 의혹이 제기되자 경찰은 곧바로 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정밀 부검 결과 이 씨의 시신에서 남성의 유전자형을 가진 타액과 정액이 발견되면서 수사에 활기를 띠는 듯 했으나 특별한 소득을 올리진 못했다.

◆“DNA만 일치하길”

경찰은 실종지점 인근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통해 이씨가 트라제 승용차를 타고 사라진 장면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 차량 소유주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청주·청원을 비롯해 대전시 대덕구, 충남 연기군 조치원을 대상으로 트라제 차량 소유주 900여 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들을 대상으로 이 씨의 시신에서 발견 된 남성 유전자와의 일치여부를 일일이 확인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용의자가 도난차량을 이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하면 경찰이 확보한 용의자의 유전자가 이 사건을 풀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인 셈이다.

경찰은 용의자가 추가 범행을 저질러 전국 어느 지역에서든 국과수에 DNA분석이 의뢰된다면 곧바로 검거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할 수 있는 수사는 모두 다 했지만 현재까지 용의자로 지목할 만한 인물은 없는 상태”라면서 “하지만 DNA가 확보됐기 때문에 용의자를 검거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밝혔다.

하성진 기자seongjin9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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