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추운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눈 앞이 깜깜합니다.”

화마(火魔)가 남긴 잿더미 앞에서 60대 김모 씨 부부는 끝없는 한 숨만 내쉬었다.

살림살이 하나 건질까 하는 마음에 이곳 저곳 둘러 보지만 시커멓게 그을린 가재도구에 속만 더욱 타들어간다.

가축을 키워 생계를 잇겠다며 대전 서구 외곽인 오동에 축사와 주거용 비닐하우스를 짖고 희망을 일구던 지 10여 년.

지난 12일 오후 3시 46분. 김 씨 부부의 주거용 비닐하우스 뒷방에서 시작된 불씨는 10여 분 만에 삶의 희망을 한줌의 재로 만들었다.

최근 살인적인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불의의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는 이재민들이 잇따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대전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3시 46분께 서구 오동 비닐하우스에서 화재가 발생해 이 곳에서 거주하던 60대 김모(62) 씨 부부가 하루 아침에 길거리로 내앉았다.

이날 사고는 주거용 비닐하우스의 뒷방 천정을 지나는 형광등 배선에서 절연열화로 인해 단락되며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추위를 막기 위해 비닐하우스 주변을 켭켭히 쌓은 스티로폼 등 보온덥게와 보온재는 화재에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빠듯한 비닐하우스 살림에 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곳은 이 곳도 마찬가지다.

노후전선에서 시작된 불씨가 집안 보온재로 옮기며 빠르게 번지고 도시 외곽에 위치해 소방차량 진화시기가 늦어지는 전형적인 화재 유형이 나타난 것이다.

김 씨는 “불을 끄는 소화기가 방에 있었지만 순식간에 번지는 화염때문에 엄두도 못냈다”며 “입던 옷만 겨우 건졌다”고 말했다.

한밤이었다면 목숨을 보장받기 어려웠을 판. 다행히 동네 사람들의 도움으로 마을회관에 임시거처를 마련했지만 올해 겨울나기가 막막할 따름이다.

시소방본부 관계자는 “최근 맹추위가 이어지며 노후된 시설 등에서 화재가 빈번해지고 있다”며 “주거용 비닐하우스 등 화재취약지역의 경우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이석 기자 ab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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